돈은 한자로 금(金)이다. 돈을 융통하는 일은 금융(金融)이라고 한다. 그럼 은행(銀行)이 아니라, 금행(金行)이어야 되지 않나? 은행의 어원은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명청(明淸)시대부터 중화민국 국민정부 시기까지 은본위제(銀本位制)를 실시했다. '행'은 항렬, 시장, 거리 등을 뜻하기도 한다. '은'을 거래하는 상인들의 '행'(거리 또는 길드)이 금융업의 주체가 되면서 '은행'이란 말이 생겼다.
추억의 대부분은 공간의 기억이다. 공간은 사람과 사건의 무대로서, 뇌리에 각인(刻印)된다. 유년 시절, 은행은 좋은 이웃 같은 공간이었다. '커가는 꿈 밝은 내일'을 지향하는 은행의 지점이 동네에 있었다. 그곳에 가면, 귀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냉수를 마실 수 있었다. 수세식 화장실은 또 어떻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 '독고탁'이 나오는 연재만화 '비둘기 합창'을 보면서 낄낄대고 훌쩍거렸다. 코 묻은 돈도 환영받았다. '푼돈 모아 목돈 마련', 은행은 그런 꿈을 키워 주는 공간이었다. 지금 어린이들에겐 은행은 스마트폰 '화면'이다.
은행의 좋은 기억은 낭만(浪漫)이 됐다.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점포·직원을 줄이고 있다. 불편은 고스란히 고객들의 몫이다. 은행들이 그렇게 어렵나? 11조7천883억원. 지난해 1~3분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누적 순익이다. 전년보다 4% 늘었다. 그렇게 번 돈, 직원들에게 푸짐한 성과급·희망퇴직금으로 안겼다.
은행의 예대금리(預貸金利) 차이가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差)는 1.29∼1.46%포인트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하락분을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에 더 빨리 반영한 결과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인하했다. 금리를 내려 침체된 내수(內需)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정책 효과가 시장에서 실현될지 의문이다. 내수를 진작시키려면 기준금리 인하가 바로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야 하는데….
은행들이 혁신으로 돈을 벌었다면, 배가 아파도 참아야 한다. 그러나 은행 순익의 대부분이 '이자 장사' 결과다. 서민들은 호구(虎口)가 된 기분이다. 환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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