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과 소풍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계획 자체를 미루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해당 판결들이 선례로 작용해 향후 유사 사고 발생 시 교사의 책임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육현장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계기로 "현장체험학습은 교사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인식이 확산해 교사들이 '안전이 우려된다'는 명분으로 활동을 보류하거나 학교 차원에서 일정을 전면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전세버스 업계에서는 올해 학사일정에 따라 하반기까지 예정돼 있던 각종 단체 현장체험학습과 소풍 등에 대한 취소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부 학교는 전세버스 대절 계약까지 완료했지만, 내부 협의를 통해 일정 전면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경북지역 교사는 "사고가 나면 결국 교사가 책임진다는 게 최근 판결들로 명확해졌다"며 "정규수업보다 오히려 부담이 큰 체험학습을 왜 해야 하냐는 분위기가 교직사회에 퍼지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달 11일 춘천지방법원에서는 지난 2022년 강원 속초 테마파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활동 특성상 대열 이탈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교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보다 앞서 경북에서는 지난 2017년 7월에도 영주의 한 초등학교 수학여행 중 학생 한 명이 친구가 쏜 장난감 화살에 눈을 맞아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 역시 교사의 책임 문제로 이어지며 체험학습 안전관리와 교사 부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후 교육부는 2023년 체험학습 운영 지침을 일부 완화해 교사의 책임 부담을 줄이고 안전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판결 이후 교외활동 위축이 다시 나타나면서 교육현장에서는 제도 보완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상황이다.
특히나 최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전국 초등학교에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현장체험학습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일괄 발송해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현장체험학습의 취소 사태는 더욱 많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호근 경북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올해 경북지역에서는 벌써 10개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가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취소를 했다"며 "전국적으로도 충남, 충북, 경남 등 대부분 같은 경우로 취소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아직 계약만 맺고 출고 전 단계에서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또 다른 악순환의 시작이 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교육계와 업계 모두 교외활동에서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교육활동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박채아 경북도의회 교육위원장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현장학습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사고가 발생 시 교사들의 책임이나 피해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며 "도의회 차원에서 실태를 파악해 보완돼야 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고 학교나 교육청 차원에서도 대책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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