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저출생·고령화와 기후변화를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 과제로 지목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거점도시 육성,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탄소배출권 거래제 개선 등이 주요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 총재는 14일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5로, 지난해(0.72)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현재 수준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후반 0%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50년대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저출생이 지속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3년 46.9%에서 50년 후 182%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 총재는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높은 경쟁 압박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꼽았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이러한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거점도시 육성과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거점도시 육성은 국가의 제한된 정책 지원을 2~6개 핵심 지역에 집중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입학 정원의 상당 부분을 해당 지역 학령인구 비율에 맞춰 선발하는 제도로,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총재는 "주요 대학들의 의지만 있다면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즉시 도입이 가능하다"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성적순 선발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해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문제도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혔다. 이 총재는 대기 질 악화, 잦아지는 집중호우, 사과 재배 가능 지역 축소, 명태 어획량 감소 등을 예로 들며 기후변화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국제 기준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 감축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 친환경 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 개선도 제안됐다. 그는 "현재 t당 6달러에 불과한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무상 할당 비율(90%)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배출권 총량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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