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첫 만남만 어려운 게 아니야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어린 시절, 3월이 되면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며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반 편성이 큰 관심사였다. 담임선생님이 누구일지, 누구와 같은 반이 될 지로 며칠을 재잘거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감정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긴장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나를 좋아할지, 선생님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은 개학 전날 잠을 설칠 정도였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린 시절,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주는 긴장감은 어쩌면 인간관계를 맺는 첫 번째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 대인관계를 맺을 때의 긴장은 또 다른 방식으로 다가왔다. 각자의 성장 배경과 감정 상태가 달라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훨씬 많아진 것이다. 특히 나로서는 업무적으로 많은 접촉을 하게 되는 예술가와의 관계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특수한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술가의 작품이나 가치는 존중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통념이나 기본적인 예의, 절차와 규범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직업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도,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는 예술가와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더라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존중에 더한 타인에 대한 존중이다. 특히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더욱 필요하다.

대인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감정을 통제하고, 경계를 설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서로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지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은 여러 심리학 연구로도 증명되어 있는데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의 인간의 다섯가지 욕구 중 '사회적 욕구'를 존중 받는 경험을 통해 충족시킨다고 하며, 사회적 교환이론(Social Exchange Theory) 에서는 사회적 관계에서 얻는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존중 받는 느낌', 즉 심리적 보상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하며 이것이 인간관계를 유지할 동기가 된다고 한다.

결국, 초등학생 때의 내가 성인이 되어도 대인관계를 힘들어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관계의 근본이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대인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단순히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만 진정한 관계가 맺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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