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교사들 사이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현장체험학습 도중 벌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분쟁이 두려워서다.
현장체험학습은 현장 견학, 소풍, 문화체험 등 학교 밖 활동을 포함해 교육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폭넓은 체험학습을 의미한다. 현장체험학습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이유는 최근 내려진 법원 판결의 영향이 크다. 앞서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의 한 테마파크로 체험학습을 떠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차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임 교사에게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당연퇴직 대상이다.
여기에 지난 10일 울산의 한 학생수련원에서 1박 2일 현장체험학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암벽타기를 하던 중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해 이런 분위기가 강화됐다.
일선 교사들은 사고가 잇따르자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 지역 초등학교 A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은 교육과정상 의무 활동이 아니지만 교장이나 학부모들이 원하면 가야한다"며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 주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교사가 전과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릎쓰고 체험학습을 가려고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대구교사노조가 최근 교사 1천53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인솔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안전사고에 의한 법적 분쟁 우려(99.5%)'를 꼽았다.
6월부터 교육 활동 도중 교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책하도록 하는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서모세 대구교사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법안에서 명시한 '안전조치 의무'에 대한 기준과 책임 범위가 모호하다"며 "구체적인 교사 보호책이 마련되기 전까진 학교가 현장체험학습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가 크고 교육적 효과가 높은 만큼 현장체험학습 축소나 중단은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가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법 개정에 맞춰 교육청도 인솔 선생님들의 책임 부담을 덜기 위해 조례 개정, 보조인력 및 행·재정적 지원 등 다각도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교원보호공제회를 통한 교원 법적 분쟁 변호사 자문 및 민·형사 소송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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