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홈플러스 악화… "패착은 고가 베팅 MBK의 '전략실패'"

홈플러스 노조 "경영 악화 주 요인은 과도한 차입금 및 이자 비용"
"대형마트 관련 불합리한 규제 완화해야" 목소리도

홈플러스가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대구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매일신문DB
홈플러스가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대구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매일신문DB

홈플러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 마트노조 및 유통업계에선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그간 경영악화의 원인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1조원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로 이커머스 업체로의 소비자 이동 촉진 등을 열거했다.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홈플러스 각자 대표이사(MBK 부회장)는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어려운 와중에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풀리지 않아 고객은 온라인으로 가고 심야 온라인 배송도 못 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와 유통업계는 홈플러스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MBK의 '전략 실패'를 꼽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기존 차입금 1조2천억원 승계 포함)에 인수했다.

당시 업계와 자본시장은 "예상 밖의 고가 매입"이라고 평가하며 화들짝 놀랐다.

이러한 과감한 '베팅'에 MBK가 어떻게 투자금을 회수할 것인지 우려 섞인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통상 사모펀드는 투자 후 5년 내로 기업가치를 올린 뒤 다시 매각함으로써 투자금을 회수하지만, MBK는 홈플러스 인수 10년이 되도록 되팔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MBK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하고, 부동산 중심으로 경영을 이어가는 등 그간의 '전략 실패'를 경쟁력 약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한 노조 관계자는 "MBK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천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 받은 이후 각종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차입금을 갚아왔는데, 홈플러스 경영 악화의 결정적 요인은 5조원의 과도한 차입금과 이에 대한 이자 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BK 인수 이후 2016∼2023년 이자 비용 합계는 2조9천329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 4천713억원보다 2조5천억원이 더 많다"며 "홈플러스 영업이익이 MBK의 이자 비용으로 지급되고 그것도 모자라 자산을 팔아 지급했다는 뜻"이라고 덧붙다.

다른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고 점포와 직원 수가 동반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점포 효율화를 위해 실적 부진 매장을 정리했지만, 홈플러스는 부동산 가치가 높은 매장부터 팔아치운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선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주7일 배송·새벽 배송에 이어 '즉시 배송'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영업이 금지된 시간대(자정~오전 10시)와 매달 정해진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50.6%에 달한다.

산업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자 주변 상권 평균 매출이 3.1%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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