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I대전 2막] 인프라 확장 사활…국가별 경쟁도 치열

AI 최강국 미중 패권전쟁 심화
지각생 일본의 추격 손정의 존재감 과시
한국도 경쟁력 확보 대안 모색 서둘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미국에 5천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기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미국에 5천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샘 올드먼(오른쪽부터) 오픈AI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 마시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배석했다. AFP 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AI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 주도로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이다. 최근 일본은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를 자청하며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기술의 영역이 IT 산업을 넘어 국방·안보 등으로 확장되면서 한국도 국가 전략산업으로 AI 육성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월 17일 중국 민영 기업 좌담회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테크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2월 17일 중국 민영 기업 좌담회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테크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AI 최강국 미, 중 힘겨루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첫 투자 계획으로, 최대 5천억달러(약 710조원)를 투입하는 AI 데이터센터 건립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관심을 끌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AI이니셔티브 전략을 토대로 국가 전략 산업으로 AI 기술을 축적한 미국은 여전히 가장 앞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정책을 비난하며,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AI 핵심 기술 관련 품목의 수출 규제를 확대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다만 중국의 추격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AI 첨단기술 분야 민간 기업에 1천200억위안(약 23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차세대 AI발전 계획'을 202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AI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응용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저비용·고성능 생성형 AI 딥시크의 등장에 미국의 긴장감도 높다. 챗GPT 대비 60% 이상 낮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동등한 성능을 구현해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지난 11일 중국 정부는 연례 최대 행사인 양회에서 딥시크를 내세워 첨단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우주 과학기술이든 반도체 제조든 외부에서 가해지는 부당한 탄압은 멈춘 적이 없다. 하지만 봉쇄가 있는 곳에 돌파구가 있고, 탄압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다"며 미국의 제재를 뚫고 자국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월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월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각생 일본의 추격

2000년대 이후 IT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일본의 추격도 거세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와 손잡고 일본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들 두 기업은 오사카에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전기 제품 제조 기업 샤프의 LCD TV 패널 공장을 AI 데이터 센터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와 샤프는 지난 14일 LCD TV 패널 공장 시설과 토지를 1천억엔(약 9천800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50메가와트(MW)의 전력 용량을 갖춘 일본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데이터 센터는 향후 240메가와트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손정의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며 AI 산업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핵심 인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AI 혁명을 주도하는 오픈AI에 총 20억달러를 투자했다. 향후 추가 투자계획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현 주소

한국 정부도 AI 컴퓨팅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원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의 빅테크가 선점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데 치중하는 것이 아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선두 기업인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딥시크가 AI 학습은 엔비디아 GPU로, 추론은 화웨이의 NPU 제품인 어센드 910으로 했다. 미국의 거대 컴퓨팅 보유 기업들도 기본적으로 엔비디아 GPU를 1옵션으로 하면서 자체 설계 칩을 추론용 2옵션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자체 칩이 엔비디아보다 우수해서가 아니라 가격과 물량에서 엔비디아 '갑질'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엔비디아 GPU가 구축되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모두 딸려 들어온다. 그래서 '엔비디아 온리'로 인프라가 구성돼 버리면 이후 다른 하드웨어를 추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딥시크의 부상에 대응해 새로운 AI 생태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우리나라는 주요 AI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 연구개발 투자규모, 인프라 등에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좁히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며 "딥시크는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용해 기술 공유·협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GPU 등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고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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