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이진우] 대구, '랜드마크 주거지'가 필요한 때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 겸 대구광역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 겸 대구광역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 겸 대구광역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대구는 대한민국 내에서도 독특한 도시다. 인구 규모와 경제력을 고려했을 때, 대구는 전국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 부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실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외 기준으로 대구는 부산에 이어 부자 비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구에는 이들의 자부심을 담아낼 상징적인 주거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구의 아파트 문화가 본격화된 시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1990년대 효성타운과 궁전맨션이 있었다면 2000년대 황금동 태왕아너스, 2010년대 두산위브더제니스와 같이 그 시절 상징이 되는 단지들이 있었다.

실제 이들 단지는 한때 전국에서도 주목받던 단지였다. 하지만 이들 단지들도 최소 15년 이상 시간이 지나며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수성구 일대가 여전히 대구 최고급 주거지이자, 전국구 부촌으로서의 위상을 이어 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모습이다.

대구 부자들은 단순히 '비싼 집'이 아니라 '상징적인 집'을 원한다.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는 집으로 서울의 '래미안 원베일리', 부산 해운대의 '엘시티 더샵'은 그런 사례다. 이들 아파트는 단순한 집을 넘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외부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징성을 자랑한다.

이 같은 랜드마크 아파트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지역 자산가들에게는 자부심과 소유의 욕구를 자극하고, 외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인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를 중심으로 초고층 주거 타워 개발에 성공하면서 도시 이미지를 한층 고급화했다. 대구도 해운대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구에 필요한 건 단순히 '새로운 아파트'가 아니다. 도시의 새로운 얼굴이 될 '랜드마크'가 절실하다.

더 크고, 더 새롭고, 더 고급스러운 주택이 지역의 자부심과 상징성을 함께 담아낼 수 있다. 이런 주택은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고 외부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신축 아파트의 상징성과 고급 주택의 프리미엄이 결합된 새로운 주거지, 대형 평수의 아파트는 단순한 면적의 확장이 아니라 자산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부자들은 그들만의 공간을 선호한다.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삶이 있는 공간, 지역의 교육과 문화의 중심에 자연환경과 교통 환경이 어우러지는 곳. 여기에 신축, 고급, 대형 평수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더해 부자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컨시어지 서비스, 헬스케어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대구 부동산 시장은 바닥에 와 있다. 대구의 PIR지수를 보면 2024년 10.4를 기록하며 2018년 10.3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주택구입물량지수나 주택구입부담지수 모두 최근 10년간 가장 좋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조만간 변곡점이 올 수도 있다.

범어동과 같은 전국구 부촌을 보유한 지역적 강점을 바탕으로, 대구는 이제 새로운 전국구 랜드마크를 등장시켜 도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지역 자산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외부의 투자를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가 필수적이다. 대구에도 이제 자신만의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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