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탁경만] 외국인 노동자 문제, 지속 가능한 해법을 위해

탁경만 탤런트링크 대표

탁경만 탤런트링크 대표
탁경만 탤런트링크 대표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빠른 고령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산업 현장의 필수적인 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불법체류와 근무 불성실 문제는 기업과 사회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 자신들에게도 인권과 복지 측면에서 취약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노동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통합과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우선, 고용허가제의 경직성과 인력 쿼터 제한은 기업들이 합법적 경로를 통해 필요한 노동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비공식적 경로를 통한 고용을 선택하게 되고, 불법체류 증가로 이어진다.

일부 산업에 만연한 열악한 근로 환경과 낮은 임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높은 이직률과 근무 불성실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으로 불리는 영역에서는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도가 높은데,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속 가능한 고용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제도적 측면에서 고용허가제의 유연성을 높이고 현실적인 인력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 산업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쿼터 시스템과 함께, 성실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체류 연장, 영주권 취득 기회 확대 등 긍정적 인센티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의 책임성 강화와 함께 불법 고용에 대한 단속도 병행돼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 기업에 대한 정기적인 근로 환경 평가와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모범 사례를 가진 기업에는 세제 혜택이나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불법 고용 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도 필요하다.

셋째, 양자간 국가 협력을 통해 출국 전 교육과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노동자 송출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과 송출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은 불법 체류 방지와 효과적인 인력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인성검사 도입을 통해 노동자 선발 과정에서 근무 적합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무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팀워크, 책임감, 적응력 등 인성적 요소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근무 불성실 문제를 예방하고 산업 현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끝으로,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과 정책 효과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노동 현장의 목소리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험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참여형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관련 문제는 일본이 겪었던 과정과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불법체류율과 노동 문제를 경험했으나, 체계적인 인성검사 도입과 송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현재는 불법체류율 2.2%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국가 경쟁력 강화와 인권 존중, 사회 통합이라는 다양한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외국인 노동자 문제 해결은 단순한 노동 시장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