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중학교 적응의 비밀

지나치게 의존적·수동적인 학생들 늘어나
스스로 부딪히고 해결하는 과정 통해 성장

입학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입학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바야흐로 출발의 시즌이 되었다. 중학교의 3월은 마치 기어다니는 아기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는 과정과 같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이들에게 중학생이라는 옷을 입히기 위해서는 팔을 끼우는 구멍부터 단추를 잠그는 방법까지 알려줘야 한다. 정규교육 과정에 처음 발을 들인 것도 아닌데 세세한 것까지 가르쳐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신입생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신입생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

요즘은 '신입생 비포스쿨'이라고 해 입학 예정자를 대상으로 예비 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입학 전에 학교를 방문해 중학교 생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선생님과 학교를 둘러보며 교내 배치를 익히기도 한다. 또한 입학식 당일에는 신입생들이 긴장을 풀고 빠르게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신입생을 위한 여러 선물도 준비돼 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컴퓨터용 사인펜과 수정테이프 등이 포함된 필기도구, 보조 가방, A4사이즈 문서를 정리할 수 있는 파일 등을 제공한다. 신입생들의 성공적인 중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모두가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성이 오히려 신입생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과거, 우리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어떤 마음이었는가? 새로운 공간에서 낯선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모습을 상상하며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했던 마음, 하지만 이제 어린이를 벗어나 청소년의 세계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감과 뿌듯함, 나아가 중학교 생활도 멋지게 해내서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의지를 다졌다. 이러한 마음으로 중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신중하게 골라 정성스럽게 정리해 두고 입학식을 기다렸다. 중학교 교문을 통과해 교실을 어렵사리 찾아가 담임 선생님을 기다리며 교실 앞문을 쳐다보던 긴장감이 과거를 더듬는 지금도 선명하다.

이러한 감정들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편안함이나 익숙함으로 변한다. 공간의 변화에 따른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맞닥뜨려 고스란히 느끼는 것이야말로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나 학부모는 적응의 시간을 최소화해 아이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가 거듭될수록 교사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학업과 교우 관계에 있어 수동적인 학생이 늘고 있다. 불편한 상황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자발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사소한 다툼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교사에게 중재를 요청하거나 대신 사과를 전해달라는 식의 요구를 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수고로운 적응 과정이 짧았던 탓은 아닐까?

◆ 능동적·주도적인 태도 길러야

이러한 태도는 학습 부진이나 학습 무기력과도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달리 여러 명의 교과 교사가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그래서 교과 교사의 전달 사항이나 학습지 등을 모두 담임 교사가 일일이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학습자의 능동적인 태도는 학습 성취와 직결된다.

중학교에서 종종 일어나는 예를 들어보겠다. 감기에 걸린 학생이 결석하여 학습지를 받지 못했다. 감기에 다 나은 뒤 등교한 학생은 결석한 날 교과 수업에 어떤 내용을 배웠는지, 학습지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는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고 지필평가 직전이 되면 교과 선생님께 수업하는 도중에 학습지를 달라고 요청한다.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이 보이는 패턴이다. 이 경우 어떤 학습지가 필요한지 모른 채, 무작정 자신이 결석한 날의 학습지를 달라고 하는 일이 빈번하다. 또는 온라인 학습방에 올려놓았으니 인쇄해서 사용하라고 알려주면 그럴 시간이 없으니 찾아서 인쇄해달라고 요청하는 무례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태도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서도 보이는 공통된 현상이다. 결석한 자녀를 위해 교과 교사에게 당일 학습지를 모두 받아 따로 보내달라는 학부모도 있다.

능동적인 학생은 결석한 이튿날 주위 친구들에게 수업 시간 학습 내용과 진도를 물어보고 확인한 뒤, 교과 선생님을 찾아가 전 시간 수업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학습지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런 태도를 가진 학생들은 대체로 학습 의욕이 높고, 학업 성취도도 우수한 경우가 많다. 능동적인 자세는 교우 관계나 문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주위 친구들과 다툼이 발생하면 훌륭한 중재자 역할을 하거나, 문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해결하기도 한다.

결국 중학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태도이다. 스스로 부딪히고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상황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복잡한 감정의 변화를 겪고 서서히 적응해 익숙해지는 것. 이 과정이야말로 성장의 과정이 아닐까?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연필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