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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 "상법 개정안, 상식 어긋난 악법…기업 어렵게 만들 것"

[인터뷰] 글로벌 위기 상황은 "정답이 없는 킬러문항"
"최 권한대행 정치인의 포퓰리즘에 단호히 거절할 것"

지난 14일 대구 북대구세무서에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14일 대구 북대구세무서에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상식에 벗어난 것은 법이 될 수 없습니다."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국내 경기 역시 내수 부진과 맞물려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경제 위기 속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강 전 장관은 "지금 전세계적인 관세 전쟁은 정답이 없는 '킬러 문항'과 같다"며 "그러나 과거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체력은 좋아졌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일관된 경제정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상식에 어긋난 악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상속세를 폐지해야 경제가 선순환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과거와 다른 현재의 위기

1996년부터 재정경제원 차관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지낸 강 전 장관은 IMF 외환위기를 직접 겪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돼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이끌었다. 그는 당시와 현재의 경제 위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내부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지정학적 갈등, 미·중 무역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특히 환율 문제에 대해 그는 "과거에는 정부가 환율을 전략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제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억지로 환율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상황을 관리하며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대해 강 전 장관은 중국의 비시장적 경제구조가 불러온 미-중 무역 갈등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은 본질적으로 시장 경쟁이 불가능한 경제 체제이다. 정부가 보조금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구조에서 자유무역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한 것이 전략적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면서 기술 유출 등에 대한 단호한 대응으로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로 꺼내들었다는 것이 강 전 장관의 시각이다.

그러면서 한미 관계에 대한 장기적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국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알리는 것이다. 한국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미국에 필수적인 파트이다"고 진단했다.

평택 기지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중요성과 조선·반도체 등 전략 산업의 우수성이 한미 관계를 지탱하는 강력한 축이라는 것이다.

그는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 지원 결정을 이끌어낸 미국 측 인사는 재무부가 아닌 국방부 사람이었다"며 "중국을 견제하면서 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요충지로서 한국이 중요한 만큼 경제적 논리를 넘어선 전략적 동맹으로 미국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과거 사례를 들었다.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 경제 살리는 길"

강 전 장관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정치적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며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되면 기업의 모든 결정이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 이익을 쫓는 투기세력들이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주주의 단기적 이익과 기업의 장기적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라며 "예를 들어 회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사업에 투자를 하는데 소액주주들 혹은 외국의 강성 펀드들이 당장 배당이 없거나 주가가 안 오른다고 소송하게 되면 어떻게 기업 경영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적어도 금융분야에서는 우리보다 선진국들이 하지 않는 일은 따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며 간단명료하게 문제의 본질을 짚었다.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서도 그는 근본적으로 "상속세는 폐지돼야 할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은 "높은 상속세율은 가업승계의 걸림돌이 되고 세금폭탄을 맞은 기업이 파괴될 것"이라며 그러면 죄 없는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이는 관련한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 부가적인 세금의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상속세는 자산가들이 해외로 이민 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세수가 계속해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상속세 폐지 주장의 근거로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세율을 낮추는 것은 '감세정책'이 아니라 '감율정책'이다.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낮추었을 때 시차를 두고 세입이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캐나다와 호주 등 많은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지만 그 나라가 세수가 부족해 망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안과 상속세 등 현 정치권이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과 함께 최저임금 급등 문제에 대해서도 강 전 장관은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높이는 정책은 경제의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장 전 장관은 "최저임금은 업종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돼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 체력 '우수'

강 전 장관은 전반적으로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해 지나친 비관은 필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생각보다 체력이 강하고, 기업들은 정치적 환경과 무관하게 길을 찾아간다"며 "일시적 금융시장 불안이나 투기 세력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으로 구조적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결국 회복력과 저력을 보여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장기적 관점의 일관된 경제정책을 촉구했다.

강 전 장관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최 권한대행은 내가 장관 근무 당시 정책보좌관과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며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이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정치가 잠을 자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말처럼 정치인의 포퓰리즘 정책과 법안에 대해서 단호히 거절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8월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을 출간한 강 전 장관은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세무서를 다니며 후배 직원들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4일 북대구세무서에서 직원들과 북토크를 진행했으며 17일 서대구세무서를 방문해 법인세과장으로 재임했던 시절의 경험담과 재무부 근무 당시에 부가가치세 도입, 장관 시절 어려웠던 경제위기를 극복한 얘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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