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의 삶에는 언제나 외로움과 괴로움이 따라붙는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애런(49·가명) 씨는 한국에 온 지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이방인이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고 싶었지만, 그런 애런 씨에게 현재 남은 것은 생이별한 딸아이와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몸뚱이뿐이다. 한국에서 드는 천문학적인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애런 씨는 임시방편인 약물로만 통증을 버텨내고 있다.
◆기회의 땅 한국행…문화 차이로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애런 씨는 나이지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마을은 씨족들이 한데 모여 사는 공동체였고, 애런 씨는 방 두 개가 딸린 집에서 15명의 가족과 함께 지냈다.
학교 선생님인 어머니와 시장 행상 일을 하는 아버지 사이 태어난 애런 씨는 6남매 중 셋째였는데, 당연하게도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다. 애런 씨의 고국은 학교 선생님이라 할지라도 임금을 제대로 받기 어려울 정도로 교육이나 직업의 여건이 낙후돼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애런 씨는 주로 몸 쓰는 일을 하거나 아버지를 따라 장사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언제나 도돌이표가 붙은 악보 위를 맴도는 기분이었다. 한 달 수입은 한국 돈으로 겨우 5만원 남짓이었다. 능력 있는 본국 청년들은 유학이나 창업 등을 위해 외국으로 자주 떠났다.
이십대 중반, 애런 씨도 매력적인 기회의 땅 한국으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10년 동안 온갖 일을 해가며 열심히 돈을 모았고, 부족한 돈은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아 한국행 비행기 표와 사업 비자를 마련했다. 그렇게 16년 전, 애런 씨는 평생 살아온 조국을 떠났다.
한국 땅을 밟은 30대 중반의 애런 씨는 헌옷 공장에 취직했다. 밤에는 아파트 단지를 돌며 헌옷을 거둬왔고, 날이 밝으면 옷들을 분류하고 포장해서 외국에 수출하는 일을 했다. 수년간 그 일을 하다 보니 중고 물품 수출업에 눈을 뜨게 됐다. 애런 씨는 옷과 가전제품 등을 저렴하게 가져와 본국으로 수출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열심히 일해 한국으로 올 때 진 빚을 갚아나가던 애런 씨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애런 씨는 동향 친구 소개로 만난 한국인 여자친구와 가정을 꾸리길 꿈꿨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애런 씨와의 결혼을 극구 반대했다. 결혼하겠다는 딸을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쫓아낼 정도였다.
함께 살며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결국 갈라섰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문화 차이라는 장벽은 생각보다 더 높았다. 이후 여자친구는 딸을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 파견 근무를 갔고, 애런 씨와 멀어지게 됐다.
◆혈소판 증가증으로 죽을 고비…5년 전부터 딸도 볼 수 없어
여전히 사업을 하며 생활비와 본국으로 보내는 비용을 충당하던 애런 씨는 10년 전, 갑작스레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졌다. 머리에 문제가 있나 싶어 동네 병의원을 여러 군데 다니며 CT를 찍어 봤지만, 다들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수년간 원인 모를 어지러움과 두통에 시달리는 애런 씨를 보다 못한 친구들이 대학병원을 방문하길 추천했다.
대학병원에서 진단받은 애런 씨의 병명은 골수세포에 문제가 있는 혈소판 증가증이었다. 굳어가는 혈액을 묽게 만들어주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했는데, 그 비용이 만만찮았다. 매달 나가는 100만원 정도의 약값이 부담이었다. 1년간 약물치료를 중단했을 때쯤인 2년 전, 애런 씨는 통증으로 바닥을 구르다 응급실에 실려갔다.
병원에서는 애런 씨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제대로 된 치료를 권유했다. 약 탈 돈도 없는데 수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응급처치가 끝난 후 귀가했다가, 얼마 뒤 다시 실려가기를 반복하던 애런 씨는 결국 상태 악화로 심장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까지 받게 됐다.
당시 나온 천만원이 넘는 병원비는 지인들에게 빌려서 충당했다. 하지만 약물치료와 시술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애런 씨는 심장 동맥이 막히는 것 외에도 비장 확대로 뱃속 장기가 죄다 오른쪽으로 밀려 있는 등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었고,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갔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가족에게 척수이식을 받는 쪽이었지만, 그 방법은 억대의 돈을 마련해야 했기에 불가능했다. 치우친 비장을 잘라내는 것도 수술로는 불가능에 가까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방사선 치료를 이른 시일 내에 시작해야 했다.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시기였으나, 애런 씨는 집세와 병원비라도 마련하기 위해 간간이 공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방사선 치료만 해도 2천만원 가량이 든다고 하는데, 형편이 넉넉지 않은 애런 씨로서는 그 돈을 마련할 길도 요원하다.
매달 딸아이 얼굴을 볼 수 있었을 때는 몸이 아프고 형편이 어려워도 마음만은 풍족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아이 외가 쪽에서 접견 거부를 해왔고, 애런 씨에게는 딸이라는 희망마저 사라졌다.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은 현재, 애런 씨는 세상에 홀로 버려진 기분에 매일을 몸서리치며 버텨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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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두 아이와 살 길 막막한 이정화 씨에 2,381만원 전달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다 이혼한 뒤 암과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두 아이와 생활고를 겪는 이정화 씨(매일신문 3월 4일 11면 보도)에게 2천381만35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박상훈 5만원 ▷안현숙 5만원 ▷최한태 5만원 ▷하혜련 5만원 ▷재원수진 5만원 ▷곽병완 3만원 ▷김신완 3만원 ▷이현목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윤정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강명은 1만원 ▷배상영 1만원 ▷황성광 1만원 ▷청명(고나배정) 1만원 ▷김진혹 5천원 ▷돕자 50원 ▷돕자 6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온종일 배우자 간병하는 조연희 씨에 2,157만원 성금
갑작스러운 신장질환과 뇌경색으로 고통받는 배우자를 간병하며 억대의 빚에 괴로워하는 조연희 씨(매일신문 3월 11일 11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104명의 독자가 2천157만4천54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밥정나누는사람들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평화를빕니다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미성샷시샷다열쇠(홍성찬)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1만원 ▷건천제일약국 5천원 ▷모두건강행복재물소망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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