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이 처한 복합적인 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천여명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즉생은 오자병법에서 유래된 말로 '위기 상황에 죽음을 각오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뜻으로 통용되며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생존의 문제'에 대한 언급은 삼성이 처한 위기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인공지능(AI)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으로 경쟁사에 선두를 내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번 영상 메세지를 통해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다.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발언에는 '기술의 삼성'이란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반영돼 있다. 특히 위기에 대응하고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 발굴과 투자에 전념하겠다는 방향성도 함께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번 교육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크리스털 패에 새겨진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 문구가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 회장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류 기업 삼성의 구성원들이 지녀야 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고(故) 이병철·이건희 회장 오너 일가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을 상영하면서 이재용 회장의 발언도 함께 전달됐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선대 회장들의 정신을 되새기고 자신의 위기 의식을 전달했다는 면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 회장의 '사즉생'에 대한 언급이 지난 1993년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했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발언만큼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행사에 참석한 한 임원은 "'삼성다움'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독한 삼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삼성이 너무 자만했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더 독해져야 한다는 취지가 전달됐다. 그만큼 현재의 삼성이 절박하다는 위기의식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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