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수성구에 있는 그랜드면세점. 이곳은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줄어든 2022년부터 지금까지 가오픈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주얼리 쇼케이스는 텅 비었고, 명품관 앞은 파티션으로 막혀 있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구매 가능한 담배와 주류, 홍삼을 비치해 둔 공간만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뚝' 끊겼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들의 발길이 올리브영 등 드러그 스토어에 대거 쏠리며 면세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019년 71만1천5명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6만3천351명으로 91.1%나 감소했다.
이듬해 2021년 2만3천286명으로 저점을 찍은 후 2022년 7만5천758명, 2023년 36만461명, 지난해 39만8천132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며 코로나19 직전의 절반 이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면세업계의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업계는 고민이 크다.
특히 공항 내부가 아닌 시내에 있는 시내면세점의 경우 예전엔 중국 단체 여행객들의 여행코스에 시내면세점이 포함돼 있어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중국인들의 여행·소비 패턴 변화 및 중국 내 면세점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재 대구에 있는 시내면세점은 그랜드호텔이 운영하고 있는 그랜드면세점이 유일하다.
그랜드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철수했던 브랜드들이 아직은 돌아오지 않은 여파도 있고, 예전엔 보통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 들러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입해갔는데, 요즘은 올리브영 등을 많이 이용하는 쪽으로 소비 패턴이 변한 것에 따른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소비 변화에 대한 최근 연구도 있다.
지난달 삼일PwC경영연구원의 '보릿고개 넘는 K-면세점, 위기진단과 제언' 보고서는 "코로나19 이전엔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했으나 이제는 굳이 면세점의 글로벌브랜드를 고집하지 않는다"며 "대신 개인끼리 소규모 개별 여행이 주를 이루며 올리브영 및 각종 화장품 로드숍 등에서의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는 면세점의 외국인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 추세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관세청,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2021~2024년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객단가는 2천555만→1천49만→184만→118만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한국면세점 따라잡기'를 통해 펼친 하이난성 면세정책으로 중국 면세점이 부상하면서 한국 면세점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2011년 4월부터 시작된 하이난성 면세정책은 소비자의 국적을 불문하고 하이난섬을 떠나면 면세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하이난 면세점은 팬데믹 이후 하늘길이 막힌 중국인 수요를 흡수하며 급성장을 이뤘다. 실제로 2021년 하이난 면세점은 한화로 약 9조7천억원 상당의 매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하이난에서 6개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의 면세사업자인 CDFG는 글로벌 면세 기업들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동안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만 올리브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결제 건수가 942만건에 달하는 등 외국인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리브영 대구타운점 관계자는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하루에 한번은 꼭 오시는 것 같다. 주로 마스크팩, 헤어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올해도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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