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

17일 법전원 교수 11명, 내란죄·탄핵심판 토론회 개최
형사법·헌법 나눠 수사기관, 헌법재판소 비판
"내란 목적 불분명하고 절차 문제 상당해"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강연장에서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강연장에서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헌법·형사법 교수 포럼' 주최 '탄핵정치로부터 헌정수호를 위한 법학자 토론회'가 개최됐다. 좌측에서부터 정현미 이화여대 교수, 이근우 가천대 교수, 강동범 이화여대 교수, 김성룡 경북대 교수, 이경렬 성균관대 교수. 박성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이 토론회를 열고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판결문이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핵심 사유로 꼽힌 '내란죄'와 관련, 내란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수사권한 등 절차법적 문제도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강연장에서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헌법·형사법 교수 포럼' 주최 '탄핵정치로부터 헌정수호를 위한 법학자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내란죄 수사절차의 적법성 논란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와 대통령 탄핵소추 및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적 평가로 나뉘어 각각 진행됐다.

◆"비상계엄 내란죄 국헌 문란 목적 맞는가"

형사법적 평가에서는 내란죄 수사에 대한 실체적·절차적 쟁점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패널로 참석한 법학자들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내란죄 구성요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국헌문란 목적'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경북대 교수는 "내란 행위의 구성요건으로는 폭동이 필요하다. 비상계엄과 폭동을 동일선상에 볼 수 없다"며 "내란죄에 명시돼 있는 '국헌 문란의 목적'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객관적인 증거를 앞세워 범죄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기 때문에 이 내용이 판결문에 상세히 설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논란이 됐던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쇼핑' 등도 언급했다.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생긴 각종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탄핵심판이 진행되다 보니 지금껏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렬 성균관대 교수는 "수사권, 기소권이 분리 조정되면서 수사기관이 난립하는 초유의 상태가 발생했다.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직권남용이었는지, 더 나아가 내란에 준하는 것이었는지 (수사기관이)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다"며 "구속 영장의 경우 공수처법 제31조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명백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공수처가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핵심판 선고 결과와는 무관하게 내란죄의 형사절차는 기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현미 이화여대 교수는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권남용을 연결 지어 수사한 것 자체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며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내란죄 형사절차 자체가 무효"라고 했다.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강연장에서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강연장에서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헌법·형사법 교수 포럼' 주최 '탄핵정치로부터 헌정수호를 위한 법학자 토론회'가 개최됐다. 좌측에서부터 차진아 고려대 교수,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 이인호 중앙대 교수, 신봉기 경북대 교수. 박성현 기자

◆헌법재판소 정치화..."탄핵 기각 또는 각하돼야"

헌법적 평가에서는 기소 이후 탄핵심판 절차의 불공정성에 대해 논의됐다. 특히 법학자들은 헌법재판소의 정치화를 지적하며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위해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 또는 각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는가'에 대한 문제다.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폭주에 사실상 비상벨을 울린 셈인데, 파면할 만한 행위로 볼 근거가 없다"며 "국회에서 단순 표결만 앞세워 탄핵을 할 것이 아니라 조사위원회를 열어 충분한 논의 끝에 탄핵 절차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변론절차를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변론이 끝난 상황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어떻게 내놓을지 의문"이며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헌재의 권위가 이번 탄핵심판을 통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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