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역이 오는 31일로 개통 3년을 맞는다. 서대구역은 개통 당시 대구 동서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꼽혔지만 역세권 개발이 사실상 멈춘 탓에 이용객이 저조하고,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민간 사업자가 투자를 꺼리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인구 확보를 위해 지자체 주도의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수요에 앞서 공급 확대를 위해 서대구역 정차 편수 증가와 일반 열차 운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서대구역 개통 3년, 승객 동대구역 10%도 안돼
18일 오후 1시 방문한 서대구역은 한산했다. 역사 광장 앞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줄지어 있었지만 광장은 텅 비어있었다.
역사 안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대구역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도 푸드코트와 카페 두 곳, 일식당 정도가 전부였다. 대구권광역철도(이하 대경선)나 KTX 열차가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열 명 남짓의 승객이 서둘러 대합실을 통과할 뿐 역사는 썰렁했다.
서대구역 광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전모(34) 씨는 "서대구역이 동대구역이나 대구역보다 인프라도 열악하고 식당도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워낙 역사 주변이 휑하다 보니 오히려 이곳 직장인도 식사를 해결하러 역사를 찾을 정도"라고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대구역 이용객은 승하차를 합쳐 하루 평균 4천191명 수준이다. 서대구역 이용객은 역사가 개통한 2022년 4월 이후 2천879명에서 2023년 3천427명, 지난해 3천814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용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서대구역 이용객은 당초 대구시 예측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2015년 KTX 서대구역 건설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2030년 이용객이 하루 평균 9천816명 수준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서대구역 개통 당시 목표였던 동서 균형발전과 동대구역 과부하 해소는 사실상 요원하다. 동대구역의 경우 지난 1월 하루 평균 승하차 이용객이 4만8천681명으로 같은 기간 서대구역 이용객의 10배를 넘는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대경선 효과도 미미하다. 지난 1월 기준 대경선 서대구역 승하차인원은 하루 평균 1천460명으로, 대경선 7개 역사 중 가장 적었다. 서대구역 다음으로 승객이 적은 왜관역의 경우 하루 평균 2천542명으로 차이가 컸다. 대경선처럼 대구 내에 다른 역사가 있을 경우 서대구역을 외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역사 내 식당에서 근무하는 신연화(50대) 씨는 "서대구역은 동대구역과 비교하면 열차 수가 워낙 적다. 주변에 환승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도 없어서 공단 관계자나 인근 주민들이 주로 방문하는데, 유동인구를 늘리려면 기차 증편과 약국 같은 편의시설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프라에…지역민 수요 적어
서대구역 이용객 수가 지지부진한 데는 열악한 주변 인프라가 꼽힌다. 서대구 역세권 개발의 핵심인 복합환승센터는 민간 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이다. 역세권 개발에 앞서 선행돼야 할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도 대구염색산업단지 이전이라는 변수 탓에 환경개선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서대구역 앞은 노후한 서대구산단이 자리잡고 있고 뒤편에는 염색산단 업체들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복합환승센터를 중심으로 집객효과가 큰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당초 대구시 계획과는 동떨어진 상황이다.
대구시는 서대구역 착공 전부터 여객자동차 터미널과 박차장 등 환승시설과 상업, 문화, 주거, 숙박시설 등이 갖춰진 복합환승센터 조성을 역세권 개발의 첫 단추로 꼽았다.
복합환승센터에는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이후 철수했고 아직까지 민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이후 한전 부지와 민간 사유지를 개발하고 이후 지하화할 하수처리장 후적지와 군위 이전이 확정된 염색산단 후적지 개발로 이어가겠다는 대구시 구상도 어그러졌다.
시는 현재 사업 대상지인 서대구역 남측과 북측 3만2천552㎡ 부지 중 약 70%를 소유하고 있는 코레일과 협의 중이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한 남측 광장 지구 단위 계획 수립 용역이 오는 연말 마무리되면, 오는 연말 사업자 유치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환경개선도 서대구 역세권 개발에 앞서 선행돼야 할 필수 과제로 꼽힌다. 서대구역 인근은 노후 산단이 밀집한 데다 하‧폐수처리장과 쓰레기매립장 등 환경기초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대구시는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염색산단 폐수처리장이 2030년 군위 이전을 이유로 통합 대상에서 빠지는 방향으로 기본계획이 변경될 예정이어서 염색산단 이전 여부에 따라 환경개선 효과도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역세권 개발 사업 진행 속도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토지 이용 계획 등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복합환승센터의 경우 건설 경기 불황 등 지역 여건을 고려할 때 민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통합지하화 사업의 경우 올해 한국개발연구원(KDI) PIMAC(공공투자관리센터) 적정성 재조사를 거쳐 내년 중 실시설계 예정"이라고 말했다.

◆KTX만 서는 역사 한계…"역사 인근 유인책 필요"
전문가들은 역사 인근 인프라를 확대해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현재 KTX와 SRT 등 고속철도만 멈추는 서대구역에 일반 열차를 투입하는 등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대구역은 현재 KTX와 SRT 등 고속열차와 대경선 열차만 정차하고 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철도는 무정차 통과한다. 개통 당시 새마을, 무궁화호가 동대구역과 대구역에 정차하는 상황에서 서대구역 정차가 불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서대구역에 정차하는 KTX가 정차 횟수가 적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서대구역에 정차하는 KTX 열차는 상하행을 합쳐 27회(평일 기준)가 전부다. 166회 정차하는 동대구역보다 한참 모자란 수치다.
일각에서는 동대구역 과부하를 덜고 서대구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대구역 정차 열차 종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시에 역사 인근 유동 인구를 증대시킬 인프라 확충에도 나서야 한다고 했다.
우용한 경일대 철도학부 교수는 "단순히 철도 이용객 수만 늘리는 것을 생각한다면 정차 횟수 확대, 정차하는 열차 종류 확대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운영 기관 입장에서는 수요가 없을경우 증편을 운영 상의 비효율로 판단해 꺼릴 수 있다"며 "역사 인근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인프라, 컨텐츠가 추가 건설된다면 이용률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대구시나 서구청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집객, 유인정책을 공모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서대구역이 설계 단계부터 고속철도와 대경선 정차를 위해 건설된 만큼 일반열차 정차는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서대구역 KTX 열차는 2022년 개통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정차 횟수를 늘리고 있다"며 "다른 열차 운행 지장을 고려하면 정차 확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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