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걀 가격이 1년 전보다 60% 가까이 올라 12개 기준 1만원에 육박(肉薄)한다. 그나마 최고점보다 10% 이상 내려간 가격이다. 검역상 이유로 공식 경로 외의 달걀 반입이 금지돼 있는데도 멕시코로부터 달걀 밀수는 오히려 더 기승이다. 멕시코 달걀값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조차 달걀 문제에선 굽히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계 2위 달걀 수출국인 폴란드부터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상황은 마뜩잖다. 미국산 달걀 파동은 다른 나라 달걀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고, 유럽연합에선 지난해 12월보다 10% 이상 올랐다. 깨지기 쉬운 달걀은 수출 자체도 쉽잖다.
최근 수년 동안 미국인 체감 물가, 특히 식료품값이 급등하면서 불만이 극에 달하자 트럼프는 식료품값 안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달걀 가격 안정을 위해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기로 했는데도 달걀값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급기야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 탓을 하고 나섰고, 농무부 장관이 "뒷마당에서 직접 닭을 키우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달걀 대란의 원인은 '조류 인플루엔자(AI)'다. 지난 2022년 AI 발병 후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억4천80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AI가 확산하면서 살처분도 더 광범위해졌다. 지난 2월까지 4개월간 폐사한 산란계(産卵鷄)만 4천600만 마리로, 전체 산란계 3억400만 마리 중 15%가 넉 달 새 사라졌다.
이처럼 산란계가 급격히 줄고 사재기까지 기승을 부린 이유 외에 달걀 산업의 과점(寡占) 구조가 비상식적인 수준의 달걀 가격 폭등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회사가 달걀 시장의 20%를 장악한 칼메인 푸즈(Cal-Maine Foods)다. 칼메인 푸즈는 AI 발병이 없었던 2023년에도 달걀 가격을 2년 전보다 2.8배 높여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덕분에 매출은 80% 이상, 순이익은 5배 이상 급증했고, 창업주 일가는 돈방석에 앉았다. 급기야 정치권과 당국이 가격 담합(談合) 의혹을 제기했고, 미국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기소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서 달걀 업체들은 가격 담합으로 5천만달러 이상의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수익에 비해선 새 발의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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