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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서명수] 범죄 혐의자 이재명에 어울릴 호칭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마할 수 있을까? 아니 출마해도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정치인들이 늘 강조하는 '국민 눈높이'에서 말이다.

불체포특권 덕분에 체포되지도, 구속되지도 않았지만 이 대표는 엄연히 7개 범죄 혐의로 기소돼 5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다중(多重) 피고인'이다. 그중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받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대법원에서 뒤집어질 확률은 0에 가깝다. 5년 전 이 대표는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의 재판 농단 의혹을 통해 2심 유죄를 대법원 무죄로 바꾸는 경이로운 사법 기적(?)을 만들어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소추라는 혼란스러운 정국은 감옥에 가지 않으려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대법원 선고까지 남은 시간은 최대 3개월. 항소심 재판 결과에 승복한다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대법원 선고를 기다릴 것을 국민들이 요구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처럼 1·2심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도 창당해 의원 배지를 단 조국을 뒤따르려 해서는 안 된다.

그가 받고 있는 재판은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5건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재판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다수당 대표인 이 대표의 능력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지금은 물론 과거에도 유력 정치인이 이렇게 많은 범죄 혐의로 기소돼 여러 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법원의 책임이 크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등 1년 내에 끝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 있지만 우리법연구회 출신 1심 판사(강규태)가 재판을 질질 끌다가 퇴임, 26개월 만에야 끝낼 수 있었다. '재판 지연' 전략으로 2023년 9월에 대법원 선고까지 끝났어야 할 재판이 미뤄지면서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당 대표 연임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몰아 탄핵안을 가결시키고 조기 대선을 목전에 두는 상황까지 전개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首魁)'라고 거침없이 칭하는 현실을 준용(遵用)하면 이 대표는 대장동과 백현동 등 각종 개발 비리 사건의 '수괴'이자 '법인카드 유용범' '불법 대북 송금범'으로 불러도 된다. 그가 갖고 있는 전과 경력 4건에 따라 '음주운전 사범'이자 '공무원(검사) 자격 사칭범' '무고범'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에게는 '무죄 추정 원칙'을 준용한다. 그러나 살인·강도·절도 등의 강력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범죄자도 형 확정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지만 국민들은 범죄자로 취급한다. 5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어떻게 취급해야 할까?

윤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는 '일장춘몽'이다. 그의 재판도 빨라질 것이다. 부디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모든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자격을 갖출 수 있기를 학수고대한다. 혹 일부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사면·복권을 통해 재수할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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