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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도쿄대첩서 외친 송재익 전 캐스터, 별세

향년 만 82세, 지난해 4월 암 진단 받고 투병

78세 현역으로 활동하던 고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78세 현역으로 활동하던 고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송재익 전 스포츠캐스터가 18일 오전 5시쯤 충남 당진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만 82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4월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고인은 1997년 일본 도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일명 '도쿄대첩' 당시 이민성의 극적인 연전골을 넣자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쳐 큰 주목을 받았다.

고인은 1942년 4월 서울에서 태어난 1968년 우석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MBC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 초기에는 복싱 중계를 맡았다. 19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故 김득구(1956∼1982) 선수의 마지막 경기였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위성으로 받아 서울 스튜디오에서 중계했고, 그 인연으로 김득구 추모 영화('챔피언')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1986년 아나운서실 제2부장, 1988년 제1부장, 1989년 심의실 라디오심의부장을 거쳐 1990년 아나운서실 뉴스담당위원, 1996년 스포츠국 보도위원 등을 역임했다.

1999년 2월에는 MBC에서 명예퇴직한 뒤 2000년 SBS 스포츠채널로 옮겨 2002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2014년에는 채널A 여자복싱 중계를 맡기도 했다.

'현역 최고령 스포츠 캐스터'라는 명예로운 기록도 썼다. 2020년 11월21일 K리그2 27라운드 '서울 이랜드 FC' 대 '전남 드래곤즈전'까지 78세 나이로 '현역 최고령 스포츠 캐스터'로 활약한 것이다. 이후 2020년 현장에서 완전히 물러난 뒤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왔다.

특히 고인은 축구 캐스터를 맡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중계 마이크를 잡았는데, 신문선 해설가와 함께 콤비로 잘 알려져있다.

고인은 격정적인 멘트로 '어록 제조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2020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후지산이 무너지고있다"는 멘트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이민성의 역전골이 터졌을 때) 머리에 떠올린 게 일본의 자존심을 건드려 보자 싶었다. 후지산이 보였다. 그때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며 "일본 신문에 '한국 아나운서가 후지산을 무너뜨렸다'라고 났다"고 회상했다.

유족은 딸 송소담·아들 송걸씨 등이 있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조문은 19일부터), 발인은 21일, 장지는 당진 대호지공설묘지. ☎ 02-6986-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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