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2017년 당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으로 힘들었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가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더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 제조·건설업의 침체로 내수도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라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미국의 관세 위협이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핑계로 중국, 멕시코,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포문을 연 데 이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 달 2일부터는 국가별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손보겠다며 '상호 관세' 카드를 내밀었다.
미국 산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수입 규제 완화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전미소고기협회는 '30개월 연령 제한'이라는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조건을 폐지하도록 미국 무역대표부에 촉구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마련된 수입 조건이 깨질까 우려된다. 미국 농업계는 한국의 잔류 농약,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기준 완화를 촉구한다. 콘텐츠 업계는 스크린쿼터제, 망 사용료, 영화발전기금 등 전반적인 국내 미디어 정책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상품 수출을 막는 타국의 수입 규제에 대해 무모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도 으름장을 놓으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공개 설전은 전 세계에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걱정을 안겼다. '우크라이나의 굴욕'은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국익 앞에서 동맹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전 세계가 관세 전쟁에 맞서 서둘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국정 리더십 부재로 무방비 상태다. 다음 달 상호 관세 부과 전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하지만 여야는 정쟁만 벌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소비 심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으며, 수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부진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 금융기관들도 줄줄이 한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탄핵 심판이 길어지면서 정치 혼란이 이어지고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저성장 국면을 탈출해야 할 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모든 분야에서 (삼성의)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현재 삼성의 처지를 두고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이재용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나라 안팎이 불안하지만 정치권의 갈등은 격화되기만 한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권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정쟁은 하더라도 나중에 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MAGA)'의 거친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여야가 일단 힘을 합쳐 막는 게 우선이다. 사즉생의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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