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착한펫' 후원자 4인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기부하니 더 특별해져요"

안내견 여울이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착한펫' 후원한 허정호 씨
이창영 씨 "춘삼이 이름으로 기부했더니 춘삼이도 댕만족했어요"
반려 거북이 키우는 공보현 씨 "우리 애들은 기부도 하는 기특한 아이들"
무지개다리 건넌 미미 보호자 권나현 씨 "세상을 떠난 후에도 후원이 계속되니 큰 위로"

지난 2023년 시각장애인 안내견
지난 2023년 시각장애인 안내견 '여울이'가 대구 첫 착한펫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 사랑의열매 제공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기부도 하는, 그야말로 반려인들의 시대다. 2023년 사랑의열매가 처음 론칭한 '착한펫'은 반려 인구 1천500만 명 시대를 맞이해,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매월 2만원 이상 정기기부를 실천하는 국내 첫 반려동물 기부 프로그램이다. 반려동물의 종류에 관계없고,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이라 해도 무관하다.

기부는 그해 대구에서도 시작됐다. 대구 사랑의열매 '착한펫' 1호 기부자인 안내견 여울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착한펫' 가입 동물은 11마리다. 자신의 이름으로 해도 좋을 선행을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실천하는 대구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정호 씨와 그의 안내견이자 반려견인 여울이는 대구 사랑의열매
허정호 씨와 그의 안내견이자 반려견인 여울이는 대구 사랑의열매 '착한펫'의 1호 가입자다.

◆안내견 여울이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착한펫' 후원!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대구 동구에 사는 허경호(45)입니다. 저는 대구 사랑의열매 '착한펫'의 1호 기부자예요. 제 안내견인 5살 여울이의 이름으로 후원하게 됐죠.

-후원 이유가 뭔가요?

▶여울이는 제게 온 3번째 안내견입니다. 늘 안내견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이 아이들에게 보답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착한펫'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착한펫 여울 기부 회원증
착한펫 여울 기부 회원증

-후원해 보니 이런 점이 좋더라, 하는 게 있다면요?

▶제가 학교 선생님이에요. 착한펫 기부증을 받고는 확대본을 만들어서 교실에 부착을 해뒀거든요. 아직 사춘기 아이들이라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오며가며 이런 선행의 증표를 보고 느끼는 게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점점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 같거든요. 내가 가진 것은 온전히 내 능력만으로 얻은 게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부증을 보며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반려동물 기부 프로그램에 바라는 것도 있나요?

▶제 기부금이 동물 치료처럼 직접적인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후원 독려 한마디 한다면요?

사람과 달리 동물들은 정말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이는 살 수 없고, 정말로 죽게 된다는 사실을 정말 많이 체험했습니다. 내가 과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착한펫은 그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이창영(42) 씨와 그의 반려견인 7살 춘삼이.
대구 달서구에 사는 이창영(42) 씨와 그의 반려견인 7살 춘삼이.

◆춘삼이 이름으로 기부했더니 춘삼이도 댕만족!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이창영(42)이라고 합니다. 제 반려견은 7살 이춘삼입니다. 3월 봄에 태어나서 춘삼이입니다. 장모님댁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출산을 했는데, 나머지는 다 분양 보내고 춘삼이 한 마리가 남았었어요. 오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 반려동물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아내를 설득한 끝에 춘삼이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후원 이유가 뭔가요?

▶7~8개월 전에 춘삼이 이름으로 '착한펫' 기부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춘삼이가 나이도 들었고 명절에 유기견이 많이 나온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이 생명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가입했죠. 춘삼이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기부증을 받더니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착한펫 이춘삼 기부 회원증
착한펫 이춘삼 기부 회원증

-후원해 보니 이런 점이 좋더라, 하는 게 있다면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기부 프로그램은 많잖아요. 그런데 동물들을 돕는 기부 프로그램은 별로 없습니다. 항상 '반려'라는 호칭이 붙는 친구들인데도요. 유기견, 유기묘를 보면 늘 마음이 불편했는데, 미약하지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당연히 계속할 거고요. 금액을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는 않을 겁니다.

-반려동물 기부 프로그램에 바라는 것도 있나요?

▶기부라는 것은 제일 먼저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부금들이 유기 동물 위탁센터에 지원됐다거나, 어떤 사업에 쓰였다는 소식을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후원 독려 한마디 한다면요?

▶우리가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반려라고 하면 말 그대로 반려 사람으로 반려견 반려묘에 대한 사람으로서 책임감과 사랑을 같이 나눠줘야 하잖아요. 그런 작은 부분도 신경 쓰면 같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심 가져주세요!

대구 서구에 사는 공보현(26)씨의 반려동물 리자몽과 도비.
대구 서구에 사는 공보현(26)씨의 반려동물 리자몽과 도비.

◆독특하지만 사랑스러운 반려 거북이, 리자몽과 도비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대구 서구에 사는 공보현(26)이라고 합니다. 저는 육지 거북이 네 마리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이에요. 도마뱀을 키우려다가 곤충을 밥으로 줘야 하는 게 무서워서 거북이를 키우게 됐답니다. 이번에 두 살인 리자몽과 한 살인 도비의 이름으로 두 달 전부터 정기 기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후원 이유가 뭔가요?

▶'착한펫'이 더 매력적이었던 것은 제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하면 애들 사진을 넣은 기부증을 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기부증을 애들 집 앞에 세워뒀는데, 너무 만족스럽고 뿌듯합니다. 주변 반려인들도 관심 없다가 기부증을 보더니 부러워하면서 본인도 하고싶다고 그러더군요.

착한펫 리자몽,도비 기부 회원증
착한펫 리자몽,도비 기부 회원증

-후원해보니 이런 점이 좋더라, 하는 게 있다면요?

▶사랑의열매 '착한펫'은 소통이 잘 돼요. 무엇보다 저의 애들을 예뻐해주셨어요. 기부증에 넣을 사진을 보내니 '특이한 동물이었는데 사진 보니 너무 예쁘다'면서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반려동물 기부 프로그램에 바라는 것도 있나요?

▶저는 제 거북이들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것이 아니에요.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애들 이름으로 선행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 반려 거북이들이 더 특별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우리 애들은 기부도 하는 기특한 아이들이에요!'하고 자랑하고 싶어진달까요?

-후원 독려 한마디 한다면요?

▶자신의 반려 동물 이름으로 선행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구나'하는 시선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내가 키우는 아이가 내 눈에만 예뻐 보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기부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도 우리 아이의 사랑스러운 면을 한 번 더 생각해 주지 않을까 하거든요. 같이 하신다면 그런 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2016년 1월에 태어난 암컷 뱅갈고양이 미미의 착한펫 기부증.
2016년 1월에 태어난 암컷 뱅갈고양이 미미의 착한펫 기부증.

◆애교가 많던 미미, "세상을 떠난 후에도 후원이 계속되니 위로가 돼요"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2016년 1월에 태어난 암컷 뱅갈고양이 미미를 키웠던 대구시민 권나현(28)입니다. 미미와 2022년 1월 1일부터 2024년 3월 9일까지 소중한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애교가 많고, 골골송을 자주 부르며, 궁디팡팡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였습니다.

-후원 이유가 뭔가요?

▶반려동물과 함께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왔고, 미미와 함께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신청했어요.

-후원해보니 이런 점이 좋더라, 하는 게 있다면요?

▶미미는 결혼식 전날 심장병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살아 있을 때 착한펫 후원을 신청한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 이름으로 좋은 일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제게 큰 위로가 됐거든요.

-반려동물 기부문화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반려동물 기부제도 프로그램에 바라는 것도 있나요?

▶착한펫과 같은 반려동물 후원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기존 후원 동물 친구들의 정보도 공유되면 좋겠어요.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후원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참여하는 의미가 더욱 깊어질 것 같습니다.

-후원 독려 한마디 한다면요?

▶반려동물이 곁에 있든, 떠났든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면 착한펫 후원 추천드립니다. 함께한 시간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