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대학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도 하나의 수단이 된다. 이들이 고액의 학생부 사교육 컨설팅 업체로 향하는 이유다.
하지만 학종의 본래 취지는 성적이 아닌 인성과 학업 역량, 잠재력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부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생부와 사교육 컨설팅의 도움을 받은 학생부 주인의 미래도 결과적으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류·면접 통해 진위 여부 평가
대학에서는 학종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의 학생부 서류 진위 여부를 다각도로 검증하고 있다.
대체로 지원자 1인에 전문가 2~3명이 참가해 독립적으로 서류 평가를 수행하고 결과를 비교한다. 평가자마다 판단이 다른 경우 새로운 전문 인력을 투입해 재평가를 실시, 점수의 편차를 조정하는 다단계 평가도 진행한다.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사교육 컨설팅을 받은 학생부를 구분하는 확실한 장치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를 파악할 순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신이 경북대 입학사정관은 "특정 활동이나 경험을 과장되게 정리하거나 문장 구성이 너무 완벽할 경우 학생이 직접 작성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며 "활동 시기와 내용이 일관되지 않거나, 과도하게 활동 시간이 짧거나 길어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서류의 진정성이 의심될 경우 면접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활동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학생부에 언급된 특정 도서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의 실제 과정, 취지, 느낌, 교훈, 진로 연관성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해 서류의 진정성을 판단한다.
황 입학사정관은 "학생부 기록을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포장할 경우 면접에서 도리어 역공격을 맞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컨설팅을 통해 과도한 과장이나 불합리한 기록 작성이 이뤄졌다면 오히려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출서류를 위·변조하거나 원서 등 서류에 허위사실 기재하는 경우 입학 후에라도 합격, 입학 취소될 수 있다. 앞서 2022년 1월 대법원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 조민 씨가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 입학 당시 제출한 이른바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는 판단을 내렸고, 고려대와 부산대는 조 씨의 입학을 취소한 바 있다.
입학본부장 출신 권오현 서울대 사범대학 교수는 "학생 각자의 진로와 특성, 학교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자연스레 누적돼 있는 학생부가 가장 좋은 학생부"라며 "학생부 컨설팅은 학생, 학부모가 기대하는 것만큼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에 재학하는 기간은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꾸고 그려갈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며 "학교생활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넓고 깊게 공부한다면 대학 진학의 기회도 커지고 바람직한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한 발짝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교육 내 무료 컨설팅 적극 활용
가장 객관적이면서도 맞춤형으로 입시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은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는 교내 상담 창구를 개방하고 학생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 고교 진학지도부와 고3 담임 교사는 학생의 성적과 성향을 비롯한 개별 교내 활동 정보, 최근 입시 분석 자료 등 다양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밖 대입 상담이 필요하다면 교육청·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대입 상담, 입시설명회 등 다양한 대입 정보 제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 소속 진로진학센터에서 대학 입학사정관 출신의 대입지원관 2명이 연중 상설 1대1 대입 상담을 진행한다. 대면 상담 외에도 모바일 진학 상담 밴드 '대구진학꿈나비(NAVI)'를 통해 다양한 대입 관련 정보와 실시간 질의응답 서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9월 수시 모집 한 달 전부터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 소속 교사 등 진학지도 전문가들이 수시 대비 집중 상담실을 운영해 300여 명의 학부모와 학생을 상담한다. 올해 7월 18~19일 엑스코에서 특강, 1대1 상담, 모의 면접 등의 부스를 운영하는 '대구 진로진학박람회'도 열린다.
허경아 대구시교육청 대입지원관은 "학생부 기재 방법, 첨삭 등 기술이 아닌 학생의 진로 탐색 및 학교생활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주로 하고 있다"며 "진로진학박람회, 정보지 등 다방면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양질의 대입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청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도 진로진학센터를 별도로 운영하며 대입 상담을 지원한다. 각 구청의 진로진학센터는 대구시청의 일부 예산 지원과 구청 예산을 통해 운영된다. 수성구청은 2019년부터 매년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소속 교사들을 상담 교사로 위촉해 수시모집 대비 상시 컨설팅 및 시기별 컨설팅을 실시한다. 동구청도 맞춤형 진로진학 컨설팅, 대입 설명회, 학습코칭단 멘토링 등 다양한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교육 신뢰 회복해 사교육비 경감
전문가들은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신뢰도 회복을 통해 사교육 수요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학종은 교내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위주로만 반영되기 때문에 교실 수업의 수준, 즉 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 교과 연계 활동 등이 중요하다. 특히 2024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학종에서 비교과 항목의 역할이 축소되고 교과 영역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교실 수업에 중심을 둔 '학업 역량'과 '전공 적합성'이 입시 평가에 더욱 중요해졌다.
한 교육 관계자는 "공교육 기관에 모인 데이터가 훨씬 양질인데도 교육 수요자들이 사교육을 찾는 건 공교육 신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라며 "학교생활에서 모든 게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있으면 굳이 사교육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학생 주도형 수업 문화 확산을 위한 수업·평가 혁신, 연수를 통한 교사 진학지도 역량 강화 등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인력 부족, 시간 제약 등으로 인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잠재력에 맞는 맞춤형 진로지도 및 학생부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기 힘든 학교 현장의 개선도 필요하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학급당 인원수가 줄어야 교사들이 학생들을 면밀히 살피고 양질의 학생부도 구성될 수 있다"며 "교사 배치 기준 조정과 행정 업무 경감을 통해 교사 본연의 교육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민성 대륜고 진학부장도 "고교학점제 시행으로면 교과목이 늘어나며 교사가 담당해야 할 수업이 늘어났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학종에서 공교육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
이재명의 경고 "최상목, 몸조심하라…현행범 체포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