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최고(最高) 헌법기관이다. 그런 만큼 헌법재판관들의 자부심, 책임감도 대단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탄핵 심판 중인 지금 헌법재판관들은 '죽을 맛'이라고 한다. 어떤 재판관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빠지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이 뚜렷하거나, 국민 의견이 한쪽으로 쏠린다면 헌재는 비교적 쉽게 결론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볼 때, 윤 대통령이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는 불투명하다. 핵심 인물들의 증언과 증거는 오락가락하고 '오염(汚染)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탄핵 심판 과정의 위법과 절차적 흠결(欠缺)에 국민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국민들이 '탄핵 찬·반' 사생결단 투쟁을 벌이고, 재판관들 간 의견도 엇갈리고, 자칫 자신의 결정이 나라를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헌법재판관들이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임명직 공직자 탄핵 심판은 몰라도 국민 투표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 파면 여부를 헌재가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온당치 않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대통령 직무(職務)가 정지되는 것도 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서 보듯이 달랑 언론 기사 63건을 근거로 의결하면 바로 직무 정지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언론 기사는 판결로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과장·왜곡·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걸 갖고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다는 것은 일반 형사소송보다 엉성하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 우선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헌재는 그 사안이 대통령의 통치 행위인지, 사법 심판 대상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사법 심판 대상이라고 판단되면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헌재가 헌법 위반으로 판단하면 비로소 대통령 직무를 정지하고, 그 헌법 위반 내용을 일정 기간 공시(公示)한 다음 국민투표로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성난 군중들은 '대통령을 탄핵하면 헌재를 불태우겠다'고 소리 지르고 있다. 선량한 국민이 폭도(暴徒)로 변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헌법기관이 폭력에 휘둘리는 것을 막자면 헌재의 짐을 덜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여부는 애당초 헌재에 맡길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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