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4년 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의 연락책 박모(54) 씨가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내 재판이 멈춘 것이 확인되었다. 아무리 간첩 혐의자라고 할지라도 적법절차에 따른 피고인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體制)의 법치주의(法治主義) 정신이다.
하지만 박 모 씨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박 씨는 2021년 9월 충북동지회 고문 2명과 함께 구속 기소된 이후 2022년 3월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되었고, 2023년 10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4개월가량 재판이 중단되었다. 이로 인해 다른 조직원들과 재판이 분리되었으며, 재판이 재개된 뒤인 지난해 8월 또다시 기피 신청을 냈다. 1심을 맡은 청주지법 형사11부는 이를 보름 만에 기각했다. 재판 지연을 위한 술수(術數)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랬던 박 모 씨는 지난달 10일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에 배당된 항소심에서도 '다른 조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에서 재판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다시 기피 신청을 냈다. 이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가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재판 지연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기피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미 박 씨가 4개월 넘게 구속돼 있었기 때문에 기피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항소심 도중에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간첩 혐의자가 법치주의를 악용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농락(籠絡)하고 있는 셈이다.
박 씨와 분리 재판을 받은 일당 3명은 이달 13일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확정받았다. 놀라운 것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2년 형을 받았던 일당 3명이 '범죄 단체 조직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징역 2년 및 5년으로 형량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간첩 하기 좋은 나라'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형사소송법에는 소송 지연의 목적이 명백한 경우 재판부가 직접 기피 신청을 기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재판부는 간첩의 재판(裁判) 공작(工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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