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헌법소원 등 사건처리 기한이 늦어지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야당의 탄핵 난사가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재촉하는 야당은 '줄 탄핵'이라는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됐으나 19일까지도 선고기일이 공지되지 않았다. 앞서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후 각각 14일 11일 만에 결론이 난 것과 비교하면 3주가 넘게 선고기일이 공지되지 못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헌재가 통상 2~3일 전 선고를 예고하는 것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은 오는 24일 탄핵 '100일'까지도 결과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주 2회 변론기일을 잡고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를 내 온 헌재로서도 '중과부적'이었던 셈이다.
국회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13건을 강행처리했다. 8건이 기각됐으며, 이 중 5건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결론이 나왔다. 윤 대통령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 공직자 탄핵소추가 가결된 사례가 3건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2년여 사이 13건의 탄핵심판을 맡은 헌재의 '과부하'는 불 보듯 뻔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인용 사례는 한 건도 없었으며 5건이 여전히 헌재에 계류돼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연되고 있는 것은 탄핵심판뿐이 아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구미갑) 이 국회예산정책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헌재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2019년 480.4일, 2020년 589.4일, 2021년 611.7일, 2022년 732.6일, 2023년 809.2일, 2024년 724.7일이었다.
이 기간 180일을 초과해 처리된 헌재 사건의 비율은 2019년 76.4%, 2020년 83%, 2021년 85%, 2022년 87.6%, 2023년 89.6%, 2024년에는 90.1%로 뚜렷한 상승추세를 보였다.
사건 처리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불안정성이 커지는 한편 헌재의 능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의결정족수에 대한 해석만으로 기각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사건을 탄핵 석 달이 가까워지도록 끌고 있는 점 역시 헌재의 난맥상을 노출하는 대목"이라며 "정치적 불안정성을 완화해야 할 헌재가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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