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시작된 의대 증원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전공의들은 병원에 없다. 의대생들은 귀중한 시간 1년을 날렸다. 전공의들은 수련(修練)을 받지 못했다. 진료 축소로 병원들은 수입이 줄어서 빚이 쌓였다. 이번 사태로 의대생, 전공의, 병원에 발생한 비용은 사적(私的)이다. 왜냐하면 이 비용은 자신들의 행위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 사태와 관련해서 주목할 사실이 있다. 진료가 축소됨에 따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사망했다. 평상시 같으면 이들은 죽지 않았다. 이들의 죽음은 자신의 행위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이해관계가 없다. 누구도 이들이 잃어버린 수명(壽命)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이들이 상실한 수명은 의대 증원 사태가 유발한 사회적 비용이다.
의대 증원 사태의 사회적 비용은 얼마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논문 한 편을 써야 한다. 다만 연간 사망자 수, 생명의 금전적 가치에 관한 기존 연구를 활용하면 대략적인 금액을 계산할 수 있다. 계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를 추정한다. 다음으로 '초과 사망자'가 잃어버린 수명을 계산한다. 끝으로 상실한 수명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換算)한다. 사회적 비용이라고 하면, 사망자나 수명보다는 금액이 피부에 와 닿는다.
2010~2019년 우리나라 연간 사망자는 평균적으로 매년 약 5,000명 증가했다. 아마도 이는 고령화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2022년은 연간 사망자가 평균적으로 매년 25,000명 증가했다. 이 기간 매년 2만 명의 초과 사망이 발생했다. 2020~2022년에 특별한 사건은 '코로나19' 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연간 2만 명이다.
같은 논리로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를 추정할 수 있다. 2020~2022년 발생한 초과 사망이 2023~2025년 사라진다고 가정하면, 2023~2025년에는 평균적으로 매년 사망자가 2만 명 감소해야 한다. 실제로 2023년 사망자는 2022년에 비해 2만 명 감소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 사태가 발발(勃發)한 2024년 사망자는 2023년에 비해 5천 명 증가했다.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2.5만 명이다.
현재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50세 A가 사망하면 수명 33.5년을 잃지만, 30세 B가 사망하면 수명 53.5년을 상실한다. 이러한 이유로 '초과 사망자' 2.5만 명이 상실한 수명을 계산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초과 사망은 주로 고연령층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서 40대 이하, 80대 이상의 '초과 사망자'를 제외하면, 50~79세 '초과 사망자'는 1만 명, 이들이 상실한 수명은 16만 년이다.
마지막으로 상실한 수명 16만 년을 금액으로 환산하자. 이를 위해서는 수명 1년의 가격을 알아야 한다. 이 작업은 어렵다. 사람마다 건강 상태와 경제적 능력이 다르다. 건강하게 1년 사는 것이 병이 들어 1년을 사는 것보다 가치가 크다. 또한 소득이 높을수록 1년의 기회비용이 크다. 나이에 따라서도 1년의 가치가 다르다. 50세 A의 1년과 30세 B의 1년은 그 가치가 다르다.
생명의 가치는 너무 커서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돈을 무한정(無限定) 쓰지 않는다. 상한(上限)이 있다. 그 상한이 수명 1년의 가격이다. 의료보험 기관들이 책정한 수명 1년의 가격은 5만 달러다. 물론 5만 달러가 너무 적다는 주장이 있다. 최근 저명한 경제학자가 계산한 수명 1년의 가격은 13만 달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3배를 수명 1년의 가격으로 간주한다. 이 기준을 따르면 우리 국민의 수명 1년의 가격은 2024년 기준 11만 달러다.
논란을 줄이려면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잃어버린 수명 16만 년에 5만 달러를 곱한 금액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1달러=1,450원 적용) 11.6조 원이 나온다. 의대 증원 사태의 사회적 비용은 11.6조 원이다.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이들이 잃어버린 수명의 가치는 너무나도 크다. 이들의 명복(冥福)을 빈다.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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