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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김봄이] '광례'와 '애순', 그리고 '제이미맘'

김봄이 디지털국 기자

넷플릭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속 애순과 광례, 유튜브채널 핫이슈지에서 이수지가 연기한 제이미맘.

김봄이 디지털국 기자
김봄이 디지털국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화제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 소년·소녀 시절 만나 부부가 되는 '애순'과 '관식'의 동화 같은 순애보, 1960년대부터 이어진 굴곡지면서도 정겨운 서민들의 삶 등 다양한 요소들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중심에는 '엄마'가 자리 잡고 있다. 자식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 주는 엄마다.

애순의 엄마 '광례'는 똑똑한 딸이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라며 해녀로 물질을 해 억척같이 살아간다. 급장(반장)이 하고 싶다는 애순을 위해 학교를 찾아간 광례는 담임 교사에게 당시 고가(高價)였던 '나일론 양말'과 함께 '4천원'을 넣은 돈봉투를 건넨다. 1960년대 초 공무원 월급이 3천~4천원이었다고 하니, 물질로 하루하루 먹고사는 광례에겐 엄청난 거금이었으리라.

10세 나이에 애순은 엄마를 잃고, '서울 가서 대학에 가는 꿈'을 뒤로한 채 '관식'과 결혼해 엄마가 된다. 자신은 힘겹게 살면서도 애순은 "난 금명이는 다 했으면 좋겠어. 다 갖고, 다 해 먹고, 그냥 막 펄펄 다"라고 말한다. 서울대에 진학한 딸 '금명'이 돈 걱정 때문에 일본 유학을 망설이자, 애순은 집을 팔아 유학비를 마련해 준다. 그 집은 엄마 광례와 일찍 떠난 막내아들과의 추억이 서린 특별한 집이었다.

최근 화제가 된 또 다른 엄마가 있다. '제이미맘'이다.

개그우먼 이수지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연기하는 캐릭터인 제이미맘은 4세 딸의 학원 스케줄에 따라 '라이딩'을 해 주고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등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모습이다. '과자를 조금 준다'는 아이의 투정에 숫자를 세는 '영재(英才)적 모먼트'를 캐치해 수학 학원에 등록하고, 배변 훈련이나 제기차기 과외까지 구하는 제이미맘의 일상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가 800만 회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대중들은 이수지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웃으면서도, 그가 패러디한 극성 학부모의 모습에는 비판과 조롱을 쏟아낸다.

광례와 애순, 제이미맘은 똑같이 '자식에게 뭐든 다 해 주고 싶은' 엄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광례와 애순은 '자신이 해 보지 못한 것'을 해 주고 싶어 하지만, 제이미맘은 '자신이 가진 것'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점이다.

'대치맘'으로 대표되는 자녀 교육에 극성인 부모들은 '가진 자'들이다. 제이미맘도 수백만원대인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샤넬 가방과 에르메스 목걸이를 착용한 채 1억원이 넘는 포르쉐를 몰고 다닌다. 이들은 서울 강남 혹은 학군지라는 곳에서 교육을 통한 성공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자녀들도 그것을 누리려면 이름난 학원, 좋은 학교를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여긴다.

최근 KBS1 TV '추적 60분'은 '7세 고시(高試)'에 대해 다뤘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 대치동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레벨 테스트를 7세 고시라 부르는데, 아이들은 긴장해서 엉엉 울고 그 와중에도 엄마는 "잘할 수 있다"며 아이를 학원에 밀어 넣는다. 엄마의 잘못일까? 그는 그저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뿐일 것이다.

엄마의 마음이 지나치다는 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엄마라는 개인, 대치맘이라는 특정 집단을 향한 조롱은 의미가 없다. 양극화(兩極化)로 인한 사회 계층의 문제,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 환경 등의 본질도 함께 봐야 한다. 조롱만으로 끝내기엔 씁쓸한 것은 아이들이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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