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갑자기 수도 사용량이 치솟았다?"…홀몸노인 살린 검침원의 관심·대처

원격검침 시스템으로 이상 감지…휴일에도 수시 모니터링
마을 이장에게 연락해 방문 요청…쓰러져 있던 노인 발견

의성군 상수도 검침대행소 최순연 씨가 상수도 원격검침시스템으로 담당 가구의 수도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의성군 상수도 검침대행소 최순연 씨가 상수도 원격검침시스템으로 담당 가구의 수도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지난 16일 오후 9시쯤 의성군 상수도 검침대행소 소속 검침원 최순연(47) 씨가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원격검침시스템 덕분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도 담당 가구의 수도 사용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겨울철에는 계량기 동파 사고가 많고 봄철에는 얼었던 수도관이 녹으면서 누수 사고가 잦기 때문에 휴일에도 수시로 수도 사용량 모니터링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검침원 경력 20년인 최 씨가 맡은 원격·현장 검침 가구는 각각 1천가구다.

한참 수도 사용량 그래프를 바라보던 최 씨의 시선은 춘산면 신흥리 석모(88) 할머니의 집에서 멈춰섰다. 평소 잔잔한 파도같던 그래프가 그날 따라 치솟고 있던 것이다.

최 씨는 "홀로 살며 한 달 수도 사용량이 수 t 정도인 분이 한 달에 600t을 쓸 기세로 늘고 있었다"면서 "늦은 밤이었고 어르신이 지나치게 걱정할 것을 우려해 다음날 오전까지 연락을 미뤘다"고 했다.

다음날 오전 9시, 최 씨는 석 할머니에게 연락을 거듭했지만 닿지 않았다. 위급 상황이라고 판단한 최 씨는 신흥리 김석룡 이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마을이 20여가구가 사는 작은 동네인데다, 석 할머니의 집은 마을 안에서도 다소 외딴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김 이장은 문이 잠긴 집 안 욕실에 쓰러져 있던 석 할머니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당시 석 할머니는 의식은 있지만 거동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욕실 수도도 그대로 열린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석 할머니는 응급조치를 받고 건강이 호전된 상태다.

원격검침시스템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검침원의 관심과 발 빠른 대처가 홀몸 노인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셈이다.

최 씨는 "검침원 모두 갖고 있는 업무에 대한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져 정말 기쁘다"면서 "수도 검침도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상수도 원격검침시스템을 도입한 의성군은 수도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 등 다양한 상황에 활용하고 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원격검침 시스템을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고독사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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