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홈플러스, 회생신청서에 "17일부터 현금부족"… 5월 말 부도 예상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 "5월 말 현금 7천395억 부족" 추정
홈플러스 "극단적 상황 가정한 것"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할인행사를 이어가며 정상화를 위해 애쓰는 가운데 일부 식품업체의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우유는 홈플러스에 납품하지 않았다. 사진은 20일 서울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뉴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할인행사를 이어가며 정상화를 위해 애쓰는 가운데 일부 식품업체의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우유는 홈플러스에 납품하지 않았다. 사진은 20일 서울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뉴스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한 홈플러스가 단기자금 조달의 길이 막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달 17일부터 현금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을 추정한 상태에서 법원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단기자금 조달 실패로 현금 부족이 이달(3월) 17일 184억원 발생한 뒤 계속 악화해 5월 말일 7천39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적시하면서 홈플러스는 "어떻게든 돈을 융통해보겠지만 5월이 되면 부도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자 매입·영업대금 유동화와 기업어음(CP)을 만기일에 차환할 수 없어 가용 현금 잔액이 급격히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2월 28일 기준 매입·영업대금 유동화 부채(4천618억원)와 단기 기업어음(1천880억원) 합계는 6천498억원인데 3월부터는 이전처럼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없어 단기 자금운용에 차질이 발생해 연쇄적으로 지급정지가 유발되면 일반적 지급불능에 빠질 염려가 있다"고 회생신청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운전자금 운영 목적으로 평균 5천억∼6천억원 규모의 기업·전자단기사채, 기업구매전용카드를 활용했는데 시장의 수요가 충분해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신용등급 하향으로 단기채무를 차환할 유동성 확보가 막혀 지급불능이 현실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회생 신청을 제출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단기자금 조달 실패로 인한 현금 부족액이 이달 17일 184억원에서 같은 달 말 2천298억원, 4월 말 5천261억원, 5월 말 7천395억원이 넘을 것이라며 '일자별 현금보유고 추정액' 그래프를 신청서에 넣었다.

그러나 회생 개시로 금융채무 상환이 유예되고, 회생신청일 20일 이전의 상거래채무를 지급하지 않으면, 현금보유고가 이달 1일 1천300억원에서 5월 말 2천779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홈플러스는 "5월이 되면 자금이 부족해 선제적으로 회생을 신청했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홈플러스는 이날 데일리 브리핑에서 이러한 현금 부족 사태를 적시한 내용의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생 신청서 내용에 대해 홈플러스는 "예상과 달리 신용등급이 A3-로 하락함에 따라 단기채 발행이 불가능해져 기 발행액인 약 6천억원 전액에 대한 차환이 어려워질 경우 3월 17일부터 단기자금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법원도 이 때문에 실제로는 5월에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고 보아 이를 사전에 방지키 위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던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단기자금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당사 설명이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구체적인 회생계획에 대해선 "회생신청서에는 회생계획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법원에 의해 선임된 조사인에 의한 실사결과와 채권신고 내용을 토대로 회생계획이 준비된다. 이를 위해 영업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상적으로 영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채권자 동의와 법원 인가를 받아야 회생계획이 최종 수립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홈플러스는 서울우유와 농심이 무리한 납품 조건을 걸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서울우유 및 농심은 납품 조건으로 상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아직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협력사와 입점주들도 있는 상황에서 상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해달라는 조건은 당사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했다.

이어 "주요 협력사들과의 납품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서울우유와 농심이) 오랜 동안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이어왔던 협력사인만큼 현 상황에 대해 잘 소통함으로써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