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많은 학자들과 정치가들이 21세기 세계의 패권국이라고 말하며 G-2라고 떠받쳤던 중국 부상론이 급격히 종식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그리고 그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지배하는 정치체제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모순은 궁극적으로 파탄이 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세계의 정상적인 나라들은 국가를 위해서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중국군은 당(黨), 즉 중국 공산당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조직이다. 이름은 인민해방군(PLA)이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이 충성을 바치는 조직은 중국 공산당이다. PLA는 공산당의 전투 병력이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의 군대가 아니다. 실제로 중국 인민해방군은 중국 공산당에만 업무 보고를 하고 있을 정도다.
마오쩌둥(毛澤東)이 1927년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극단적 반민주적인 언급을 한 이래 100년이 다 되어 가고 마오가 사망한 지 40년도 넘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은 오로지 당의 안위에만 충실하라는 마오의 지시를 충직하게 따르고 있다. 저들 인민해방군은 중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특권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그래서 2012년 중국의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은 군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해 왔고 정적들을 숙청함으로써 마오에 버금가는 권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제 발전은 민주화의 조건이 된다는 기존 정치학 이론을 보기 좋게 박살 내는 조치들을 연거푸 취한 시진핑은 결국 5년씩 두 번 주석 직에 재임한다는 임기 제한을 철폐하고 2022년 세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했다. 건강히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중국의 주석 직에 있을 수 있는 조건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시진핑은 선배들의 교훈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중국 개혁의 선구자인 등소평은 인구 10억이 넘는 거대한 중국의 경제 발전이 초래할 외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후세들에게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가르침을 주었다.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에서 유래한 국가전략 지침이었다. 지앙쩌민, 후진타오 등 후대의 중국 지도자들이 중국 외교 전략의 큰 틀로 삼았다.
패권국인 미국을 자극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도광양회 전략과 평화롭게 일어 선다는 의미의 화평굴기(和平崛起) 전략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국제정치에서 상대방을 속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평화롭게 굴기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미국에 대놓고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중국적 패권 추구 정책을 국가지도 이념으로 제시했었고 경제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확장했다. 경제 발전에 걸맞는 민주화를 병행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일인 독재체제를 마오 이상으로 강화시켰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부상에 초조해하는 동안 시진핑의 중국은 마음껏 동네 부랑자처럼 행동했다. 2016년 7월 국제중재 재판소가 필리핀이 제소했던 남중국해 영유권 사건에 만장일치로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던 날 시진핑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에게 전투 태세 준비 명령을 하달, 국제법을 휴지로 만들었다.
남중국해에 여러 개의 인공섬을 만든 후 시진핑은 인공섬에는 존재할 수 없는 영해를 선포함으로써 자유 항해의 원칙을 무시했고 미국 군함들로 하여금 일부러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인공섬 부근의 바다를 항해하도록 했다. 시진핑은 세계 도처에 중국 촉수를 뻗쳤다. 중남미 제국들에도, 아프리카에도 심지어 북극해까지 진출했다.
트럼프 대통령 외교를 미국적 제국주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의 공세적 외교의 모든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파나마, 캐나다, 멕시코, 그린란드, 이란 등 트럼프가 강경책을 쓰는 곳들은 시진핑 정권의 촉수가 이미 도달했던 곳이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시진핑 권력의 원천인 중국의 총구(銃口)들이 내분을 시작한 것이다. 최근 시진핑의 최측근을 포함, 수십 명의 중국군 장성들이 행방 불명되었는데 정통한 분석자들은 반 시진핑 중국군이 친 시진핑 군부를 숙청하는 중이라 해석한다. 막강했던 시진핑에게도 어쩔 수 없는 외우(外憂)와 내환(內患)이 닥쳐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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