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경상도 일원에서 큰 불이 났다.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해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매번 되풀이되는 유사한 재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지난 1월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8층 상가 화재 이후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방화문은 생명문, 항상 닫혀 있어야 합니다." 아파트 방화문마다 부착된 안전표지다. 이후 방화문은 항상 닫혀 있다. 화재 시 방화문은 불길과 연기의 확산을 막아 피해를 줄인다. 정기점검도 의무화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방화문 안전표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안전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사고로부터 배우고 우수 사례를 확산해야 한다. 노동부가 사고 때마다 전파하는 사이렌이 전자라면, 방화문 사례는 후자에 해당한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 수칙을 생활화하고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와 안전에 공짜는 없다.
32년 전 오늘, 부산 구포역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선로 지반 약화.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발포작업 때문이었다. 이후 철도 안전 규정이 강화되었다. 한 달 전, 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빔이 붕괴해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는 현실이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더 안전해졌는가? 국민의 안전 의식과 문화는 향상되었는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다시 분당 사고 현장이다. 큰 불이 났지만 시민 310명은 전원 대피했다. 닫힌 방화문, 정상 작동한 스프링클러, 열린 옥상문이 대형 참사를 막았다. 2023년 도봉구 아파트 화재 때는 방화문이 열려 있어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퍼졌다.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야탑동 상가 화재 당시 스프링쿨러는 제대로 작동했고, 옥상문은 열려 있었다. 통행을 방해하는 물건도 없었다. 안전규칙을 지킨 것이다. 덕분에 시민 150명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커튼처럼 '수막'을 만들어 화염이 안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이와 달리 작년 8월 7명이 숨진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때는 호텔 안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불길이 삽시간에 커졌다. 기본만 지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참사가 반복된다.
지난해 6월 말 화성시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23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그곳은 안전의 사각지대이자 온갖 위험 요소의 백화점이었다. 우리는 불행한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자문해 볼 때다. 집안에 완강기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작동법은 알고 있는지, 소화기 사용법은 제대로 알고 있는지, CPR 방법은 알고 있나 등 뭐가 문제고 부족한지 점검해 보자.
화성 화재 사고는 많은 문제점을 제기한다. 기존의 안전 대책에 추가하여, 부쩍 부각되는 새로운 위험 요소 말이다. 최근 자주 목격하는 바 기후 위기로 인한 문제, 신기술, 신소재,고령화와 다문화 등 이런 모든 것들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대비와 대책을 요구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은 워낙 피해가 광범위해 과도할 정도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 위험도 커지고 있다. 작은 실수나 부주의가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성급하게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산에서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재앙이 된다. 방화문이 닫혀 있어야 화재 확산을 막듯, 산불 예방도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하다 안 죽고 안 다치는 것이 노동 존중의 기본. 중대재해처벌법으로 CEO의 책임을 묻고 처벌을 강화해도 재해 감축에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하여 중대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2022년 11월 말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이다.
혁신성, 현장성, 책임성을 원칙으로 하는 로드맵은 위험성 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자기 규율 예방 체계이다. 선진국에서 효과가 입증된 메가 트렌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한다. 각 경제 주체가 힘을 합쳐 현장의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제거 및 통제하여 안전한 상태에서만 일하는 것을 당연한 문화로 만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안전에는 공짜도, 예외도 없다. 안전은 서로에 대한 책임이자 배려이다. 우리 모두의 권리요 의무다. 작은 실천이 나와 가족, 이웃의 생명을 지킨다. 안전을 생활화하고 기본을 철저히 지키자.
댓글 많은 뉴스
민주 초선들 "30일까지 마은혁 미임명시, 한덕수 포함 국무위원 모두 탄핵" [성명서 전문]
전한길, '尹파면' 촉구 한강 작가에게 쓴소리 "비수 꽂는일, 침묵했어야…"
민주당 권리당원의 외침 "전국이 불타는데 춤 출 때냐"
이재명 현충원에서 또 "예의가 없어" 발언... 왜?
우원식 의장, 韓대행 '마은혁 미임명' 권한쟁의 심판 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