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덕분에 강대국 입지 다진 러시아 "월드 파워 재편"

협상 국면에 초강대국 지도자 반열 오른 푸틴
냉전시대 연상, 미국의 강대국 파트너 복귀
러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 원해"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 국면에 러시아의 국제 사회 위상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그린 마트료시아(러시아 전통 인형)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 국면에 러시아의 국제 사회 위상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그린 마트료시아(러시아 전통 인형)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 국면에 러시아가 주도권을 쥐면서, 국제 사회에서 다시 강대국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냉전 시대 이후 사회주의 국가의 맏형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었는데,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면서 국제적 위상이 더 올라가고 있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다시금 초강대국 지도자의 반열에 등극시킨 셈이다.

◆러시아의 입지 강화 "푸틴의 승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전화 통화는 러시아가 중소국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지구촌의 소수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회복했다는 신호탄이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중동 등 국제 현안 해결에서 미-러 협력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러시아를 미국의 강대국 '파트너'의 위치에 올려놨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서도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러가 일방적으로 30일간의 에너지·인프라 부분 휴전에 합의했던 것도 러시아의 입지 강화를 방증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이번 트럼프-푸틴 통화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중동 문제와 같은 국제 문제에 대한 양국 협력 가능성을 수용한 것이고 평가했다.

스타노바야는 그러면서 "이는 푸틴에게 분명한 승리"라면서 푸틴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형성됐던 다른 양자 관계들을 분리하기를 원해왔다"고 짚었다. 러시아 정치권도 두 정상의 이번 통화를 러시아 등 소수 강대국 위주 국제 질서로의 회귀 신호로 여기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과거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기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과거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기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수 강대국들 중심 '월드 파워 재편'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맙기만 하다. 러시아가 원했던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을 찾는데, 미국이 지렛대를 놓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소련(소비에트 연합) 시절까지 연상되고 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이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주도해 온 전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진영 간의 강대국들이 주변국을 이끌고 가는 형태로 재편하길 원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 이후 두 정상이 이번에 보여준 신뢰는 "새로운 세계 질서"로 안내하는 것이었다며 연일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신뢰하며 양국 관계 정상화의 길로 점진적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세계 질서에 있어서 푸틴 대통령은 언제나 상호 존중과 신뢰, 이익에 기반한 관계를 쌓을 필요성에 대해 말해왔다. 이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약소국 우크라이나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자신들이 동의했던 전면 휴전이 푸틴 대통령에게 거절당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 것.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부분 휴전안에 합의한 후에도 구체적인 내용을 바로 전달받지 못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전화 스케줄도 푸틴 대통령과 통화 이후 24시간이 지나서야 잡혔다고 WP는 짚었다.

WP는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합의한 에너지·인프라 부분 휴전으로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의 완전한 종전 노력이 수개월간 교착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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