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국의 '지저분한 15'에 포함될 한국, 대응책 마련 서둘러야

미국이 오는 4월 2일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저분한 15'(Dirty 15)를 언급했다.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15개 국가를 칭한다는데, 상대국에 비난 섞인 수식어까지 동원한 저의는 비관세(非關稅) 장벽 허물기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에 따르면, 비관세 장벽은 상대국이 일정량의 자국 생산을 요구하거나 미국 수출 식품이나 제품에 안전과 관련 없는 검사를 하는 등의 행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4배 관세'를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하는 배경도 비관세 장벽이다. 미국 관련 업계들이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며 공격하는 대상에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문제, 한국의 약값 정책에 따른 미국 의약품의 저가(低價) 책정, 스크린 쿼터제와 글로벌 콘텐츠 공급업체에 부과하려는 인터넷 망 사용료 등이 포함된다.

무차별 공세가 예상되지만 한국이 쥔 카드는 별로 없다. 조선업의 최우선 협력 파트너이자 알래스카 가스 개발의 잠재 파트너·고객 정도로는 미국의 파상(波狀) 공세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의 주요 무역수지 적자국 중 9위인 한국은 '지저분한 15'에 당연히 포함될 것인데, 어떻게든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부과받도록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야 한다. 미국이 구사하는 표현도 모욕적이고, 사실과 다른 얘기까지 유포하면서 팔을 비트는 행위도 몹시 불쾌하지만 어쩔 수 없다. 폭풍이 몰아칠 때엔 최대한 몸을 웅크려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보복 관세로 대응할 여력도 없고, 대내 상황마저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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