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잡지「개벽」에는 체코의 국민 작가 카렐 차페카가 1920년에 발표한 희곡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을 완역해 연재했다. 세계 최초로 '로봇'이란 말을 등장시킨 최초의 작품으로 작가는 로봇의 창시자가 되었다. 카렐 차페카의 희곡은 50년 뒤 국립극단이 <인조인간>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최불암, 손숙 선생이 배역을 맡았다. 인간에 의해 개발된 로봇이 인간을 멸망시키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2001)에서는 2000년 뒤 미래에 인간은 사라지고 외계인 로봇들이 인간 문명을 발굴한다. 1952년 일본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 아톰'이 등장했고 소년중앙에 연재한 신문수 작가의 반려 로봇 찌빠는 한국형 인공지능 로봇을 등장시킨 아동 명랑만화였다. 통찰력으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조지오웰의 「1984」를 미래학자 데이비드 굿만은 1972년에 조지오웰의 예측을 137개로 분류하고 80가지가 현실화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조지오웰의 미래 사회는 현실사회가 되었다.
로봇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이미 반려 로봇 강아지가 단절된 사회에서 고독사를 막아주는 가족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반려 로봇 강아지와 감정을 교감하고 위로를 받은 것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반려 로봇 강아지의 장례식이 지구촌 화제가 될 정도로, 반려 로봇 강아지와 독거노인들의 동거가 현실화 되고 있다. 발 냄새를, 맡을 정도로 후각에 민감한 로봇, AI 딥러닝과 클라우드 기술로 반려동물의 감각을 극대화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인간의 촉감을 인지할 수 있고, 카메라를 통한 얼굴 앞면 인식 기능을 탑재하여 카메라를 사람의 얼굴을 판별하며, 자신과 놀아주지 않으면 소리를 내고 밥까지 먹는다고 하고 인간의 감정을 교감하는 AI휴먼노이드 등장까지 인간의 노동과 소비, 교감과 소통을 대체할 수 있는 아바타 휴먼노이드는 100년 전 차벨카페카의 인조인간이나 스필버그 처럼 로봇에게 지배당하는 세계는 가능할 수 있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연극 <워크맨>(작 최양현 연출, 이태린>은 휴먼로이드 로봇이 생활화되어 최첨단으로 초 고도화된 2060년의 근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40년 뒤에는 <워크맨>의 세상이 올까.

◆'미래 사회' 인간의 고립과 죽음, 우울증의 질병
'주 3일 3시간 노동 사회, 우울증은 국민 질병으로 워크맨 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자.' 워크맨 건강 앱으로 국민 건강을 관리하는<워크맨>(연출, 이태린 작, 최양현) 작가적 발상이 신선하다. 뛰고, 움직여만 살아남는 시대. 인공지능에 의지한 근미래 사회에서 잃어가는 인간들의 상실들(단절, 외로움, 소통의 부재) 그리고 건강과 죽음까지. 최첨단화되어 있는 근미래 사회인데도 만능으로 치유할 수 없는 환경과 세상은 워크맨 건강 앱으로 우울 지수를 매일 체크하는 게 필수다. 지수가 상승하면 국가 차원에서 관리 들어간다. 작가 발상은 만화경 같으면서도 SF 연극이 많아지는 요즘 '워크맨 앱'은 현실적이라고 할까.
기후변화도 인간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미래 사회에 살아가는 극 중 인물들은 정상인이 없다. 정신의학자 김민준(김수현 분)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늘도 힘차게 뛰고 걷고 달리고!"를 외치고 노인성 우울증에 안락사를 의뢰하는 사람, 만성불면증에 분노조절장애와 ADHD 환자, 만성 중증 유전증에 시달리는 인물들이 작품을 끌고 간다.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20260 근미래 사회는 다문화가 공존하는 공동체 사회이다. 유일하게 소통하고 의지하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이다. 휴먼노이드가 인간의 노동, 감성과 감정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경고일까. 공동소유 휴먼노이드에게 의료보조부터 요양보호와 가사노동 비서 업무까지 수행시키고 알마(송예준 분) 의 사고와 감정이 과부화 되는 장면에서는 웹툰 같은 설정으로 웃음이 빵 터진다. 기후변화는 인간이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인공지능 로봇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는 2060년 근미래 사회로 되돌아오는 것은 고독과 고립, 우울증으로 인한 죽음이다. 마지막 장면도 의대생으로 시인 지망생인 설린(신사랑 분)이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처리되지만 구급대원 알마가 인간을 살려낸다.
소통의 부재와 우울의 고립으로 워크맨 앱을 착용하고 뛰고 달리는 미래 사회 공동화 현상과 인간군상들의 모습들은 세계지도처럼 연결되도록 공간을 무대화했다. 워크맨 건강 앱으로 같이 뛰고, 걷고 해야 사니까. 구성은 신선한데 무겁게 끝낸다. 현실 같은 전경이 작품의 매력이고, 발상이 재밌다. 그러나 만화경 같은 유쾌한 장면으로 섬세하게 그렸으면 어땠을까. 고립과 고독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알마를 중심으로 공동화된 최첨단 세계가 인간의 심연을 대체할 수 없는 근미래 사회에 걸어야 생존하는 인간들…. 아이디어는 좋은데 극의 파동은 아쉬웠다. 수평적으로 에피소드를 나열하면 캐릭터(극중인물)들이 단단히 보일 수 없고 반복은 극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그럼에도 <워크맨>은 배우 (전국향, 김수현,민대식 정유미, 이지영, 신사랑, 박상현, 송예준)들과 발상의 재미로 90분을 담아내고 있다. 이태린 연출은<1923년생 최영우>,<시뮬라시옹>,<림보>,<그루셰>등을 연출했고 <소네트 155>,<지하실> 등 영화작업도 해왔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전한길뉴스' 출범하자마자 홈페이지 마비…보수층 대안 언론 기대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野 의원들, '계란 투척' 봉변…경찰, 헌재 시위대 해산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