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과열되는 병원, 변호사 광고 시장을 보며

그 도시의 광고는 그 도시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사진: pixabay
그 도시의 광고는 그 도시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사진: pixabay

나는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면 늘 그 도시의 광고부터 본다. 그 도시의 광고를 관찰하면 그곳의 특성과 시대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간판이다. 간판은 광고주가 가진 욕망의 집합체이다. 대단한 욕망을 가진 광고주가 작은 간판을 쓰는 건 지금까지 광고인으로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대구 거리를 거닐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소위 공부를 잘한 친구들이 의사, 변호사 시장에 쏠려 지금만큼 의료, 로펌 시장의 경쟁이 과열된 적이 없다. 이 글을 보며 '그 시장이 과열되어야 당신 같은 광고인에게 유리할 텐데'라고 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열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그것에 더해 우리나라 브레인들의 직종 쏠림 현상은 절대 나라의 미래를 봐서도 좋지 않다.

과열된 시장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불법 광고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 38만 원 혜택!'이라는 불법 DB 광고가 그렇다. SNS에서 마주하는 이런 스폰서드 광고를 보면 절대 치과의 이름이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클릭하면 개인 정보를 기입하고 곧 그 무명의(?) 치과에서 전화가 온다. 상담을 이어가며 진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면 비로소 치과 이름을 밝히는 시스템이다. 물론 내원 시 진료가 임플란트 38만 원으로 끝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이외로 많다.

다음은 불법 트래픽, 어뷰징 광고들이다. 요즘 병원과 로펌은 1페이지 노출에 목숨을 건다. (다른 직종도 크게 다르지 않다,) 1페이지에 노출되는 것과 2페이지에 노출되는 것은 매출의 엄청난 차이로 이어지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마케팅을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보면 1페이지 노출을 위해 노력하는 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방법에 있다. 네이버를 속이는 불법 트래픽으로 마치 이 집이 맛집(?)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로직이 바뀌는 순간 그런 병원과 로펌은 저품질을 맞게 되고 영원히 네이버에서 볼 수 없는 브랜드가 되고 만다. 빨리 가려는 방법에는 늘 부작용이 따르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병원은 '건강한 마케팅'을 로펌은 '합법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해 '어떻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러면 네이버 1페이지 상위노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이 된다. 왜? 네이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거꾸로 생각하게 되는 능력을 얻게 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려면 이렇게 팔아야겠다'

'고객들이 좋아하려면 이런 서비스를 해야겠다'

'이런 이벤트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고객들이 이런 걸 불편해하던데 이것부터 고쳐야겠군'

당신은 내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말이긴 한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냐고 말이다. 마케팅에 빠른 길은 없다. 부작용을 일으키는 길밖에 없다.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방법 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 길은 간다면 어느 날 네이버는 당신의 브랜드를 고객에게 먼저 추천해 줄 것이다. '상위노출'이 당신의 목표가 아니라 마케팅을 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보상이길 희망해 본다.

'기획력이 쑥 커집니다'의 저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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