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묘객 실화 추정, 의성 산불 "도심까지 연기 덮쳐"[영상]

민가 인근 고물상까지 불길 번져
주민 대피 속출… 연기 탓에 시내 시계 확보도 어려워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지역 내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같은 날 의성읍내 한 고물상에 불이 옮겨붙어 매캐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지역 내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같은 날 의성읍내 한 고물상에 불이 옮겨붙어 매캐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매캐한 연기가 숨을 못 쉬게 해요. 고물상이 다 타고 도로 앞도 안 보여요."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의성읍내까지 번지며 도심 전체가 재난 상황에 빠졌다.

불은 이날 오전11시 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 정상부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나자 실화자는 직접 119에 전화해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산림뿐 아니라 인근 민가, 고물상 등 시설물까지 덮쳤다. 특히 불길은 의성읍 내 한 고물상까지 내려오며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고물상 내부에 있던 폐기물에 불이 옮겨붙자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유독가스로 주변 상가와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의성 군민 이광훈(36) 씨는 "불이 산을 넘어오는 걸 보자마자 놀라서 밖을 나와보니 집 인근 야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동네분들과 물을 뿌리기도 했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쉽게 잡히지 않았다"며 "운전을 하며 이동하는데도 앞도 잘 안보이고, 도심까지 불길이 오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내 주요 도로 곳곳은 뿌연 연기로 뒤덮였고, 차량은 비상등을 켠 채 서행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지역은 10m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17대, 장비 80여 대, 인력 500여 명을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산불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안전한 지역으로 긴급 대피한 상태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주택 밀집 지역까지 불길이 접근하면서 진화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며 "인명 피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성군청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전 읍면에 대피령을 확대했다. 방송 차량이 골목마다 돌며 확성기로 "불길이 민가 인근까지 접근 중, 즉시 대피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15분쯤에는 코레일 측에서 산불 확산에 따라 의성 인근 열차의 운행을 일지시 정지하기도 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제발 불 좀 꺼달라", "인근에 있는 친척들은 괜찮은지 모르겠다"는 주민들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 당국은 "현재 바람이 강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방화선 확보와 장비 추가 투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과 괴산리 야산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연기가 치솟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과 괴산리 야산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연기가 치솟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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