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청 산불 실종 2명 끝내 숨진채 발견, 사망 4명 부상 5명…여야 애도 전해

이재민 263명 발생, 대기 건조·강풍·험한 지형 악재로

22일 전날 발생한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천강에서 산불진화헬기가 방화수를 채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전날 발생한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천강에서 산불진화헬기가 방화수를 채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산청에서 올해 들어 처음 발생한 대형 산불이 지난 21일부터 이틀째인 22일까지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진화 작업 중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락이 두절됐던 2명은 끝내 숨진 채 발견돼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정치권에선 산불 진압 작업 중 사망한 진화대원에 애도를 표했다.

22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산청 대형 산불로 창녕군 소속 산불 진화대원 2명이 숨지고 또 이들과 함께 진화에 나선 산불진화대원 1명과 공무원 1명 등 2명이 실종됐다가 이날 오후 9시5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함께 진화대원 및 주민 5명이 다치고 이재민도 263명 발생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께 창녕군에서 지원을 온 산불진화대원 8명과 인솔 공무원 1명 등 9명이 불길에 고립됐다. 소방당국이 긴급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산불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등 4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5명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당국은 산불 확산세를 막기 위한 지상 진화작업을 밤에도 이어갈 방침이다.

경남도는 22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어두워져서 소방헬기는 모두 철수했고, 밤사이 마을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전문예방진화대 등 1천591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23일 아침 해가 뜨는 즉시 소방헬기 35대를 다시 투입해 산불 진화작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건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쯤이다.

산림청은 당일 오후 4시 20분께 대응 1단계(피해(추정) 면적 10㏊ 이상)를, 오후 6시 10분께는 대응 2단계(피해 면적 50㏊ 이상)를 발령했다.

대응 2단계 발령 30분 만인 오후 6시 40분께는 올해 들어서는 처음으로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를 발령했다.

3단계는 피해(추정) 면적 100㏊ 이상, 평균 풍속 초속 7m 이상, 진화(예상) 시간 24시간 이상일 때 발령된다.

산림당국은 밤사이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을 진행하다가 이날 일출과 동시에 헬기 35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해 불길을 잡는 데 주력했다.

진화 헬기가 불을 끄기 위해 동원한 이동식 저수조에는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희석해 산불 주 능선에 집중 살포했다.

지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진화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날 오전 한때 진화율은 75%를 나타내기도 했다.

경남 산청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째로 접어든 22일 산청군 도롯가에 불길이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산청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째로 접어든 22일 산청군 도롯가에 불길이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진화상황은 이날 오후 들어 반전되기 시작했다.

산청에 이날 오전 건조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대기 건조가 이어지고 산 정상 부근에서 초속 11∼15m 상당의 강풍이 지속되면서 옅어지기 시작했던 연기는 시천면 곳곳에서 짙은 회색빛 연기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건조한 대기에 강풍까지 겹치며 불똥이 날아가 번지는 '비산화'도 나타났다.

불이 난 산의 지형이 30도 정도 경사가 져 가파른 점도 뜨겁고 가벼운 불이 더 잘 번지는 요인이 된 것으로 산림당국은 보고 있다.

진화율은 오후 5시 기준 35%까지 떨어졌다.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503㏊이고, 전체 화선 27㎞ 중 남은 불의 길이는 17.5㎞로 파악됐다.

사망·부상·실종자들은 산불 진화 중 역풍에 고립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1일에는 대피하던 주민 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 진료를 받은 바 있다.

이틀째 지속된 산불로 이재민도 263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1일에는 시천면 점동·구동마을 등 7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이날에는 같은 면 송하·내공마을 등 8개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 일몰 전 주불 진화가 불가능해지면서 진화가 더 장시간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2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일대 전날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일대 전날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몰 이후에는 진화 헬기 운용이 어려워 밤사이 진화작업은 인력과 장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진화 속도가 다소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림당국은 일몰 이후 1천명 안팎의 인력과 장비 100여대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에 주력한다.

산림청 진화대는 당초 발화구역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당국은 대단위 민가 시설물 주변을 중심으로 진화작업을 수행한다.

도는 또 산불로 인한 재난상황의 신속한 수습과 지원을 위해 이날 정부에 도내 산불 현장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23일 중 산청 등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째로 접어든 22일 산청군 산불 현장에서 야간 산불 진화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째로 접어든 22일 산청군 산불 현장에서 야간 산불 진화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여야는 경남 산청 산불 진화대원들의 사망·실종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고인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기원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나섰던 분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소방당국과 유관기관은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의 희생이 또 다른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산불 대응체계의 전면 재점검과 인력의 근무 환경 개선, 장비 확충 등 실질적인 제도 보완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이틀째 계속되던 진화 과정에서 소중한 인명이 희생됐다는 비보에 아픈 가슴을 달랠 길이 없다"며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서 산불이 크게 벌어진 만큼, 수많은 인력이 투입될 것"이라며 "산불 진화에 사력을 다하고 계실 여러분께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