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사법쿠데타 아냐?" 몇 일전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의 결과가 모두 무죄로 나오자 어떤 친구가 한 얘기다.
사법 카르텔이라는 비판도 있고,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최근 발간된 책에서 법원 내 대표적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법연구회의 문제를 작심 비판했다. 법이 아니라 어떤 성향의 판사가 판결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면 법원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법을 정의 구현의 수단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의 출세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이 왜 문제가 되는지 살펴보자. 이 재판에서 재판관들은 두 가지 핵심 혐의에 대한 세 가지 쟁점에서 1심과 정반대의 판결을 했다. 첫째 혐의는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한 것'이라는 것과 '성남시장 재직 시에는 (하위직이라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고, 도지사가 된 후에 알게 됐다'는 두 가지 발언이다. 1심에서는 앞의 발언에 대해 유죄를, 뒤의 발언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었다.
언뜻 보면 김문기라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을 기억하느냐에 대한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김문기 씨는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을 추진할 때,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담당 처장으로 시장실에 수시로 보고했던 인물이었고, 10명의 출장단을 구성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해 11일 동안 삼시세끼를 함께 했던 사람이다.
재판부는 '골프친 것'이 아니라 사진을 확대한 부분을 '조작'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열흘 이상 일정을 함께 했는데 김문기를 하위직이어서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며, 항소심 재판부가 '조작'의 대상을 '사진'이라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문맥상 '골프를 친 것으로 조작'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부합하기 때문이다.
김문기를 알고 모르고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주장은 '대장동 사건'과의 관계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대선 당시 유권자의 판단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이라는 맥락성과 선거라는 상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확대된 사진'만을 가지고 무죄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두 번째 쟁점은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부가) 직무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준 것"이라는 것이 허위냐의 여부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스스로 부지의 용도를 4단계나 종상향 해준 것으로 보아 유죄로 판단했었다. 2심 재판부는 '국토부 요구와 관계없이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검토했다고 보기 어렵고', '협박은 과장된 표현으로 볼 수 있고 허위 사실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백현동 부지는 시행사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성남시에 2단계 종상향을 요청했었고, 이에 대해 성남시가 국토부에 문의하자 국토부는 시가 판단할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그에 따라 성남시는 두 차례 모두 거부했었다. 이후 이재명 대표의 지인 김인섭이 백현동 개발 시행사의 고문으로 영입됐고 재차 종상향 요청이 성남시로 접수됐는데, 이 과정에서는 국토부에 문의한 적도 없고 어떤 공문도 받지 않았다.
당시 이 건을 담당한 공무원 중 단 한 명도 국토부로부터 압박이나 협박성 의견을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고, 이 대표 자신이 김인섭과의 관계를 언급했으며 정진상 실장에게도 잘 챙기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인섭은 이 사업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5년 형이 확정되어 복역 중이다.
2심 재판부는 2단계 용도변경 신청 시 있었던 국토부의 공문을, 전혀 상관없는 4단계 종상향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이 또한 역사성과 맥락성, 상황성을 배제한 채 피고측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 왜 그랬을까.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를 가능하게 해 정권을 잡게 할 사법 쿠데타적 판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 대표 자신의 말처럼 현실의 법정은 한 차례 더 남아 있고, 역사와 정의의 법정은 영원하다. 사법 쿠데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정의가 바로 잡힐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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