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2030세대에게 부담 떠넘긴 국민연금 개혁, 이대로는 안 된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18년 만에 국민연금법 3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내년부터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돼 13%로 높아지고, 올해 41.5%에서 2028년까지 40%까지 낮아질 예정이었던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3%로 오르는 것이 골자이다. 이에 따라 기금(基金) 고갈(枯渴) 시점은 당초 2056년에서 8~15년 정도 늦추어질 전망이다.

주목할 것은 여야 합의 법안이었지만, 반대·기권이 83표(반대 40, 기권 43)나 나왔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원 108명 중 절반이 넘는 56명이 반대·기권했고, 당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박수영 의원과 특위 소속 위원들은 이번 개정에 항의(抗議)하는 의미로 총사퇴했다.

극한 대립이 일상화한 정치권에서 대규모 교차 투표가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기성세대인 4050 이상의 입장에선 그리 큰 불만이 나올 수 없다. '기성세대를 위한 3%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반면에 2030세대에게는 연금 수령 나이가 되기도 전에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현실화되는 악몽(惡夢)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정부·여당은 인구와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조절하는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치가 연금액을 깎는 '자동 삭감 장치'라면서 끝까지 반대했다. 그 결과 모든 부담(負擔)이 2030세대에게로 전가(轉嫁)되고 말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이 자동 조정 장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저출산·고령화와 기대수명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주기적인 경기 불황도 일상적이다. '반쪽짜리'로 그친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을 기초·노령·퇴직·개인 연금을 모두 포함한 구조적 연금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청년세대의 절망(絕望)과 좌절(挫折)을 결코 외면해선 안 된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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