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성 산불' 바싹 마른 산에 실화, 강풍 만나 90㎞ 확산

의성은 성묘객 실화, 산청은 예초기 칼날 불티가 원인
의성은 낮은 능선따라 화선 길어져…산청은 험한 지형에 잔불 되살아나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안평면 신안리 한 야산에서 주민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안평면 신안리 한 야산에서 주민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4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일대에서 산림 당국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4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일대에서 산림 당국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의성군과 산청군의 대형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가 부른 불티가 강풍과 메마른 날씨, 적은 강수량 등과 겹쳐지면서 초대형 화마로의 돌변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낮은 능선이 이어지는 의성군과 산지가 험한 산청군의 지형적 특성이 강풍과 맞물리며 진화에 어려움을 더했다는 분석이다.

의성군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성묘객의 실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불이 나자 실화자는 직접 119에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신고했다. 당시 화재 발생 소식을 듣고 출동한 의성군 관계자는 현장에서 성묘객의 신원을 확인했다.

산 정상 부근에서 시작된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의성읍 방면으로 번졌다. 발화 지점인 괴산리와 불길이 번진 의성읍 철파리까지는 직선거리로 8㎞가량 떨어져 있다.

산불이 확산될 당시 의성군의 풍속은 초속 5~6m를 기록했고,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17.9m(오후 3시 57분)에 달했다.

이 때문에 산림 당국이 산불 진화 헬기 31대와 소방인력 2천471명을 동원했지만 일몰 전에 주불을 잡지 못했고, 밤 사이 불길은 다시 서풍을 타고 안동 방면인 점곡면과 옥산면까지 번졌다.

특히 낮은 능선이 이어지는 의성군의 지형적인 특성상 화선이 68㎞까지 늘어지면서 진화 작업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평년 대비 부족한 강수량도 화재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의성군 대표 관측 지점(의성읍 원당리) 누적 강수량은 4.8㎜로 2월 평년(1991∼2020년) 강수량 22.6㎜ 대비 21.2% 수준에 불과했다.

사흘째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도 기상 상황과 험한 지형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예초기에서 튄 불씨가 삽시간에 확산하며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산청 지역 실효 습도는 20%로 대기가 매우 건조했고, 산 정상 부근의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0∼15m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숨죽였던 잔불이 지속적으로 되살아나는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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