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5주 이상 입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하고 신도들에게 첫 인사를 전했다.
입원한 지 37일만에 첫 공식석상에 나서며 자신의 쾌유를 기도한 신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로마 제멜리 병원 10층 발코니에서 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교황은 마이크를 들고 휠체어에 앉아 아래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엄지를 치켜들며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약 5주 만의 입원 생활 끝에 바티칸으로 돌아간다. 교황의 퇴원은 입원 37일 만이다. 2013년 3월 즉위 이후 최장기간 입원했다.
교황 의료팀장인 세르조 알피에리 제멜리 병원 외과과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퇴원해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회복을 위해 최소 두 달간의 휴식과 재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에게 최소 두 달간 안정을 취하도록 권고했으며, 대규모 인원을 만나는 일정이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활동은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88세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14일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인해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후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양쪽 폐에 폐렴이 확인됐다. 교황청은 한 때 그가 "위중하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교황은 그동안 4차례 호흡곤란을 겪는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으나 최근에는 병세가 눈에 띄게 호전됐다.
알피에리 과장은 교황이 겪은 4차례의 호흡곤란 중 두 번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최근 몇년간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하면서 체중이 늘었으나 입원 기간 동안 체중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피에리 과장은 "체중을 정확히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살이 빠졌다"며 "다행히 체중 여유가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청 의료서비스 부국장인 루이지 카르보네 박사는 교황이 바티칸으로 돌아간 뒤에도 간호사로부터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황은 입원 중에도 지난 6일 녹음된 목소리를 공개하거나, 16일 병원 경당에서 기도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신자들과 소통해 왔다.
교황은 매주 일요일 정오(한국시간 오후 8시) 바티칸 사도궁 집무실 창을 열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삼종기도를 주례해 왔다. 폐렴으로 입원하며 지난달 9일 이후 삼종기도를 주례하지 못했다. 23일 주일 삼종기도 역시 6주 연속 주례하지 못하고 서면으로 대체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입원이 교황의 재임 12년 동안 가장 심각한 건강상 위기이자 2013년 즉위 이후 대중 앞에 가장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은 사례라고 전했다.
교황은 이날 제멜리 병원에서 나폴리 대교구 및 다른 교구의 희년 순례단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 메시지에서 "최근 며칠 동안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기도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며 "비록 직접 여러분과 함께할 수는 없지만 하느님 안에서 나와 여러분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나폴리 대교구장인 도메니코 바탈리아 추기경이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에서 직접 낭독했다.
의료진이 교황에게 최소 두 달간의 안정을 권고함에 따라 교황이 예정된 공식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교황은 다음 달 8일 바티칸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접견하고, 같은 달 20일에는 부활절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해당 일정의 실제 진행 여부를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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