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진(56·가명) 씨는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웃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긋지긋한 빚에서도 벗어나 본 적 없다.
현진 씨는 성인이 채 되기 전부터 엄마이자 가장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일찍이 남편과 양가 부모를 잃고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며 숨 쉴 틈조차 없이 살아왔는데, 왜 감당하지 못할 빚만 남은 것일까.
현진 씨는 목발 없이는 땅을 디딜 수 없는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매일 밤 생각한다. 수입 한 푼 없이 빚만 늘어가는 지금 생활을 어서 청산해야 한다고. 하지만 당장 생활할 돈도 주변에서 빌리는 처지에, 무릎 수술할 돈이 나올 리 없어 신세 한탄만 할 뿐이다.
◆난봉꾼 아버지 피해 집 나와…어린 나이 가정 꾸려 육아·가족 부양 도맡아
시골에서의 삶은 언제나 도시를 동경하게 했다. 술과 노름, 외도라는 단어와 떨어질 새 없는 아버지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현진 씨는 난봉꾼 아버지로 마음고생 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며 커왔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눈앞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입에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간 어머니는 구급차가 시골바닥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숨을 거두셨다. 현진 씨는 어머니가 아버지로 인한 화병으로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다.
지긋지긋한 집에서 하루빨리 떠나고 싶었다. 기회만 된다면 도심으로 가고 싶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현진 씨는 어느 날 교회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자신보다 9살 많은 그와 사랑에 빠진 현진 씨는 전 재산 8만원을 들고 집을 나와 대구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없던 시절이었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잠시, 현진 씨는 곧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현진 씨가 사랑에 빠졌던 남자는 모아둔 돈 한 푼 없고 변변찮은 직업도 구하지 못하는 이였다. 그는 화장실 출입도 제대로 못하는 노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한 몸으로 아픈 시어머니를 챙기고 안경공장에 취업해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은 모두 현진 씨 몫이 됐다. 만삭이 돼서도 공장에서 야간근무 하던 현진 씨는, 일하고 돌아온 새벽에 아이를 출산했다.
이후로도 생활은 쉽지 않았다. 현진 씨는 시어머니가 아들을 낳으라고 종용해 아이 둘을 더 낳았다. 일하랴 육아하랴 정신없이 지내던 중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현진 씨는 돌 된 막내를 등에 업고 눈 오는 날 붕어빵과 어묵을 팔았다. 주변인 도움으로 가게를 얻어 제대로 장사를 시작하게 됐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시어머니의 죽음과 IMF라는 풍파를 맞게 됐다.
가게를 안정시키고 싶었지만, 얼마 뒤 남편마저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아 장사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남편은 2년 뒤 세상을 떠났다. 산소호흡기를 24시간 달고 계시다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 마지막 모습도 지켜보지 못한 아버지, 생전 돈 한 푼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고 병원비로 빚만 지우고 떠난 남편을 모두 보내고 현진 씨는 세 아이와 함께 홀로 세상에 남겨졌다.
◆두 차례 사기당해 생활 엉망…관절염으로 목발 짚으며 지인에게 얹혀살아
현진 씨는 식당 일을 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입에 풀칠만 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를 간호하며 쌓인 빚은 점점 몸집을 불려 갔고, 친오빠와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봤으나 돈을 갚을 길이 없어 사이만 틀어질 뿐이었다.
아이들이 차례로 성인이 돼서도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진 씨의 노력은 계속됐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현진 씨가 두 차례 억대 사기를 당한 것이다.
4년 전, 현진 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장사가 잘 안 되는 와중 투자 권유를 받게 됐다. 종잣돈을 투자해 보름 넘게 하루 수십만원의 수익을 본 현진 씨는 가게를 정리하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더 큰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소방시설 허가가 나지 않아 아직 영업을 못 하고 있다던 오락실은 사기꾼이 단기 임대료를 주고 잠깐 빌린 공간이었다. 사기꾼은 현진 씨에게 고소를 당하기 전 다른 사기로 감옥에 들어갔고, 소송을 진행할 돈도 없었던 현진 씨는 투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억대의 빚을 지게 됐다.
빌린 돈을 조금씩 갚아나가려던 생각은 부동산 명의도용 사기와 관절염으로 완전히 망가졌다. 2년여 전 각종 빚으로 시달리다 100만원을 준다는 얘기에 명의를 잠깐 빌려준 현진 씨에게는 재개발을 앞둔 집이 한 채 생겼다. 하지만 곧 집을 처분하겠다던 부동산업자는 연락이 끊겼고, 집이 현진 씨 명의로 바뀌기 직전 매입가와 같은 임차보증금을 낸 임차인이 있어 주택을 처분할 수도 없었다. 그 때문에 현진 씨는 지인의 집에 얹혀살 정도로 형편이 안 좋았음에도 기초생활수급대상자조차 되지 못했다.
현재 현진 씨는 심한 관절염으로 목발을 짚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양쪽 무릎 모두 퇴행성 및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성치 못해 거동이 힘들었다. 지내는 공간조차 서울 사는 자식들에게 가느라 집을 자주 비우는 지인이 돈 한 푼 받지 않고 빌려준 곳이다.
"일을 해야 하는 나이인데, 일해야 빚을 갚을 수 있는데…." 수입이 하나도 없어 매달 드는 병원비와 생활비는 모두 주변 사람에게 빌려 쓰고 있고 자식들도 자신 때문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진 씨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휩싸인 채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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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온종일 배우자 간병하는 조연희 씨에 2,180만원 전달
갑작스러운 신장질환과 뇌경색으로 고통받는 배우자를 간병하며 억대의 빚에 괴로워하는 조연희 씨(매일신문 3월 11일 11면 보도)에게 2천180만1천57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김종균 5만원 ▷방순옥 4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여환주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진만 1만원 ▷배상영 1만원 ▷허영재 1만원 ▷이장윤 2천원 ▷'석미혜(계대)' 1만원 ▷'돕자' 28원 ▷'돕기' 1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혈소판 증가증으로 생사 기로에 놓인 애런 씨에 2,550만원 성금
16년 전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으로 온 뒤 갑자기 발병한 혈소판 증가증으로 생사 기로에 놓인 애런 씨(매일신문 3월 18일 11면 보도)에게 41개 단체, 112명의 독자가 2천550만9천10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배민경)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밥정나누는사람들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최현철 각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김재균 유주영 각 50만원 ▷조득환 4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철기 이재일 각 20만원 ▷고재경 곽용 노은경 박종천 양혜정 이명재 전시형 조득환 최창규 허금주 황우원 각 10만원 ▷김명구 김호근 박정희 백미화 서정오 서준교 안대용 유명희 이경희 이상준 이종하 임채숙 전우식 최상수 최정숙 최한태 하경석 하혜련 각 5만원 ▷강종수 박분영 박승호 신광련 이미연 이석우 이응섭 이재민 이재열 조재순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권오영 권유진 김분옥 김희은 남영희 민윤자 박기영 배상영 서숙영 안은경 안현준 이규환 이해수 각 2만원 ▷강병구 권두형 김균섭 김다영 김성진 김유철 김태천 김필남 문민성 박인배 박재석 박태용 박현숙 박홍선 변희광 우철규 유귀녀 이영수 이운대 이원형 이유록 전선수 조영식 최경철 각 1만원 ▷신혜진 이용수 조민경 조용인 각 5천원 ▷최연준 1천원
▷'익명' 100만원 ▷'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사랑나눔624' '익명(애런)' '주님사랑' '천사' 각 10만원 ▷'김민규안다겸' '불자정순화' '예수님사랑' '피땀눈물(로지스올)' 각 5만원 ▷'수민수진' '예수그리스도' 각 3만원 ▷'김경희서율' '부처님께드립니다' '석희석주' '어려운시기돕가족건강' '조희수힘내세요' 각 1만원 ▷'수민' '은빈' 각 5천원 ▷'김명숙도움' 3천원 ▷'돕자' 10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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