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71) 튀르키예 대통령이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튀르키예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54) 이스탄불 시장이 부패·테러 연루 등 혐의로 전격 체포한 데 대한 강한 역풍 탓이다.
이마모을루 시장 체포 닷새째인 23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시청 주변에선 최소 수만 명이 운집, 에르도안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날 직무가 정지된 채 속전속결로 이스탄불 교외 실리브리 교도소로 이송됐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런 건 사법 절차가 아니다. 이건 재판 없는 (정치적) 사형이다"라고 규탄했다. 그가 소속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이날 치러진 2028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을 확정하면서 점차 야권도 결집하는 모양새다.
튀르키예 검찰은 이마모을루 시장에게 테러조직으로 간주되는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을 지원·협력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이마모을루가 이례적 지지 속에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오히려 야권 결집에 불씨를 던진 형국이다.
이마모을루는 차기 대선에서 에르도안과 경쟁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야권 후보로 꼽혀왔다. 그런 그를 대선후보 경선 직전 구금해 야권의 구심점을 제거하려 했다는 게 이마모을루 측의 주장이다.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자 튀르키예 정부는 집회 금지령을 내리고 소셜미디어 단속을 강화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거리의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강경진압 방침을 시사했지만 수십만명 이상이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튀르키예 주요 도시들에선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튀르키예 내무부는 전날 하루 동안 이스탄불에서만 323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당국이 법원 명령을 통해 튀르키예내 언론사와 기자, 정치인, 학생 등이 소유한 엑스 계정 700여개를 폐쇄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엑스 측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법적' 조처라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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