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최악의 저출생에 직면했다. 202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0.7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OECD 평균(1.5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저출생 기조는 쉽사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 이유와 일 등을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풍토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세계적으로 국가 소멸 위기의 대표 사례로 지목되는 나라가 돼버린 지경이다.
이에 본지는 3자녀 이상의 다자녀(다둥이) 가족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는 일이야말로 행복한 인생과 성공적 삶을 담보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결혼과 출산 장려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돈(40) 목사와 아내 정동이(35) 씨는 자녀 넷을 두고 있다. 첫째 민서(8·남), 둘째 민준(6·남), 셋째 라혜(3·여), 막내 라미(1· 여)가 이들의 보물. 자녀들이 원하기도 해서 여력이 된다면 아이를 더 낳을 의향이 있다는 부부는 "낳아보니 힘든 것 보다는 기쁨이 더 크다"며 "육아와 교육에 드는 비용은 하기 나름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낳아보니 살아지고 길러진다
이현돈·정동이 씨 부부는 2015년 결혼했다. 서울 출신이지만 목회활동 때문에 경북 영덕군과 강원도 강릉시에서 몇 년씩 거주하다 2023년 11월 칠곡군에 정착했다. 이 목사는 평소 딸이나 아들 밖에 없는 가정을 보면서 '목욕탕 가면 저 아빠(엄마)는 심심하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결혼 후 아들 둘을 낳자 딸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 바람대로 딸을 얻었다. 셋째 딸에게도 두 아들처럼 함께 놀 수 있는 동성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넷째를 계획했더니 이번에도 감사하게 딸이었다. 이렇게 아들 둘, 딸 둘 원하는 가정을 이뤘다.
아내 정동이 씨는 "아이 넷 출산은 주변 다둥이 가족의 영향도 크다"고 했다. 실제 다둥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아빠들을 만나면 "애 낳아 키우기 힘들다"는 소리 대신 이구동성으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아이 낳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고 연달아 넷까지 낳았다.

역시나 다른 다둥이 부부의 체험담은 자신에게도 해당됐다는 그는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사랑의 감정도, 행복감도 늘어나더라"며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육아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첫째 때는 애로도 많았다. 하지만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은 것 뿐, 어찌하다 보니 다 살아지더라"는 게 정 씨의 육아 경험담이다.
부부는 다자녀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저절로 길러지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별도로 교육하지 않아도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형제자매들끼리 부대끼며 체득하는 지혜가 있다는 것. 다른 이를 배려하는 '사회성',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다는 '자제력'이 대표적이다.
이 목사는 "풍족한 환경에서 점점 자기 밖에 모르는 사회로 변해가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더 많은 풍요로움이 아닌 다른 이와 좋은 관계를 맺는 '사회성'과 '자제력'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내 정 씨는 "아직 아이들 키우는 여정이 꽤 남아 있긴 하지만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노래 가사처럼 낳아보니 길러지고 살아지더라"며 "아이 낳고 육아하는 걸 미리 겁 내고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제적 걱정은 접어두라
요즘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크다. 하지만 이 목사 부부에게 이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목사는 "사실 소득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가정은 저소득층에 해당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이 넷 키우면서 돈 때문에 힘든 점은 별로 없다"고 단언했다.
우선 아이들 옷은 대체로 친척이나 지인 등에게 받은 것을 물려 입히고, 장난감은 지자체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장난감도서관을 이용한다. 막내를 제외하고 아이들 셋이 잘 어울려 놀기에 굳이 유료 키즈카페에 갈 필요도 전혀 없다.
주말 가족 나들이에도 돈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공휴일이면 주로 인근 칠곡보생태공원을 찾아 산책도 하고 공던지기, 공차기, 연날리기, 퀵보드 타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공원 매점에서 핫도그 등 군것질거리를 사 달라고 하면 집에서 싸온 간식을 주거나 집에 가서 밥 먹자고 달랜다. 아이들도 으레 그런 줄 알고 조르거나 떼쓰는 일이 별반 없다.
부부는 확고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사교육비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무작정 지식만 넣어주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목사도 성장기에 누군가 시키는대로 익히고 외울 때는 공부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갖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이 호기심을 풀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러면 공부가 재밌어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길러질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를 위해 부부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이 목사는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 우리 부부가 먼저 책을 읽고 있으면 그걸 보고 첫 아이가 책을 꺼내 보고 동생들은 옆에 와서 읽어 달라고 한다"며 "저녁이면 아이들과 둘러앉아 책 읽는 시간이 우리 가족의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남편 조력에 아이들도 육아 동반자
아내는 전업주부지만 아이 넷 육아에 남편의 목회활동까지 도와야 하는 처지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이 때문에 남편과의 가사 분담은 필수다. 주로 아내는 식사를, 남편은 설거지와 청소를 담당한다. 솔직히 아내 입장에서 남편의 가사일 하는 수준이 그리 눈에 차지는 않지만 갈수록 일 매무새도 좋아지고 도와주는 빈도도 많아졌다고 흡족해했다.
정 씨는 "초창기에는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알아서 집안일 좀 도와줬으면 했는데 남자들은 절대 일일이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뒤늦게 터득했다"며 "이 문제로 예전에는 다툼도 조금 있었는데 넷째 태어나고는 남편이 매우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든든한 육아 조력자다. 자녀가 하나인 집은 부모가 전적으로 아이와 놀아줘야 하지만 이 가정은 아이들끼리 놀이상대도 되고 서로 돌봐주는 돌보미도 된다. 이 가정만의 특별한 육아 노하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 씨는 "큰 아이와 둘째가 셋째 또는 막내와 놀아주거나 번갈아 돌봐준다"며 "아이들이 친구처럼 함께 놀 수 있다는 것이 다자녀 가정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육아 지원 서비스도 이들 부부에게는 큰 힘이 된다. 현실적으로 네 아이와 같이 있다 보면 진이 빠질 때가 많은데 이럴 때는 돌봄 선생님이나 돌봄센터를 적극 활용한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돌봄정책이 잘 돼 있어서 찾아보면 유용한 서비스가 꽤 많다고 부부는 전했다.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지금보다 경제적 지원이 늘고 육아 지원 인프라도 각 가정이 처한 환경에 따라 보다 정교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자녀 가정을 위한 혜택도 "실질적이면서도 더욱 풍성해졌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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