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할퀸 '봄철 대형 산불'…이젠 1년 내내 방심 금물

지난해 12월 산불 10년 새 4배 급증…겨울철 산불 증가세
지구 온난화로 1년 절반 이상 산불 위험
"산불조심기간 탄력적인 운영 필요"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지난 24일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지난 24일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봄철에 집중됐던 산불이 기후변화로 계절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산불이 특정 계절에 국한되지 않고 연중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특히 겨울철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봄철 등 특정 계절 중심의 산불 예방을 넘어 상시 대응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25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546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이중 1·2월은 11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10년간(2005~2014년) 1·2월에 발생한 산불(82건)보다 41.8% 늘어난 수치다. 갈수록 겨울철 산불이 많아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1·2월 산불이 150건 이상인 경우가▷2018년(159건) ▷2019년(167건) ▷2022년(231건) ▷2023년(152건) 등 4차례나 된다. 이전 10년간은 2007년(183건) 한 번에 불과했다.

봄철 집중됐던 산불이 계절을 넘나들면서 연중 발생한 날도 늘었다. 1990년대 산불은 연중 112일 발생했지만, 최근 3년(2020~2022년)은 204일로 92일이 늘었다. 1년 중 절반 이상이 산불 위험 시기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장기간 가뭄과 뜨거운 날씨를 산불이 연중 내내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는다. 기후변화가 산불 발생 조건인 고온·건조 환경을 더욱 빈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상청 '대구경북 2024~2025년 겨울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철 대구경북 강수량은 21㎜로, 1973년 관측 이후 역대 하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비와 눈이 적었다. 또 12월과 1월 평균 기온은 15.3℃와 12.1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각각 1.0도, 0.2도 높았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매년 전체 강수량은 늘지만, 강수 일수는 특정 시기에 집중돼 건조한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화재 대부분이 실화나 방화인 만큼 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불 조심 기간을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조한 대기와 낮은 습도, 강풍이 산불의 주요 원인인데 기후변화로 우리나라도 건기와 우기 개념이 강해졌다"며 "산불 예방 활동을 특정 계절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가을 이후에도 전개하는 등 산불 조심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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