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만 되면 산불 확산···야간 진화에 헬기 못 뜨는 이유는?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옥산면 정자리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투하하며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옥산면 정자리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투하하며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 산불이 밤 시간대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다. 산림·소방 당국이 강풍과 연무 등으로 산불 진화에 가장 중요한 진화 헬기를 야간 시간대에 투입하지 못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산림·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의성 산불 진화 작업 중 야간 시간대에는 단 한 차례도 진화 헬기가 뜨지 못해 일몰 이후 일출 직전까지 진화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의성 산불이 처음 발생한 지난 22일 밤 10시 기준 진화율과 산불영향구역은 각각 6%, 550㏊였으나 23일 일출 이후 진화율은 4.8%로 떨어진 데 반해 산불영향구역은 950㏊로 급증했다. 또 24일 밤 8시 기준 진화율과 피해영향구역, 화선은 각각 60%, 8천490㏊, 164㎞이었으나 25일 오전 6시 기준 진화율은 55%로 떨어진 반면 산불피해영향구역과 화선은 각각 1만2천565㏊, 214.5㎞으로 늘었다.

야간에 진화헬기 투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강풍과 연무 등이 동반돼 있는 현장 상황 때문이다. 연무는 산불현장에서 발생한 연기가 지표에 갇혀 있는 상태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의성 산불현장에 투입된 헬기 조종사들은 이 같은 '시계 제로' 현상을 토로하고 있다.

안전을 강조하는 야간 진화헬기 투입 조건 또한 매우 까다롭다. 국토교통부의 헬기운항기준에 따라 초속 5m를 초과하는 바람이 불거나 조종사가 공식인증된 야간투시경(NVG)을 착용하지 않으면 야간 진화작업에 헬기를 투입할 수 없다.또 담수도 반드시 착륙 시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산림청은 2018년 야간 산불 진화헬기가 가능한 기종인 수리온(KUH-IFS) 기종을 도입했음에도 '울진 산불'이나 강원 동해안 대형산불 등 진화현장에 투입하지 못했다. 그간 수리온 기종이 야간에 투입된 건 2020년 안동 산불이 유일하다.

경북소방본부는 울진 산불 등을 겪은 이후 지난해 말 '나래온'으로 명명한 수리온 헬기를 도입했으나 이번 의성 산불에는 주간 진화 작업에만 투입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야간에 진화헬기 투입은 산림청 항공관제 등 절차가 까다롭다"면서 "이번 의성산불 진화 작업에선 일몰 이후에는 안전 등을 위해 헬기는 투입하지 않고 있다. 야간 산불진화작업은 방화선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야간 진화헬기 투입은 조종사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결국은 헬기 투입이 가능한 낮 시간대나, 산불 발생 초기에 최대한 많은 장비를 투입해 진화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성 대형 산불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옥산면에서 산불진화 헬기가 민가로 번지는 불을 막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의성 대형 산불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옥산면에서 산불진화 헬기가 민가로 번지는 불을 막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