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끊임없이 울리는 의성 산불 대피 명령…재난본부는 전쟁터

거센 강풍타고 곳곳 재발화…임시대피시설 40곳 넘어
밤새 대피하고 귀가하는 주민 많아…구호물자 배분도 어려워

의성군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는 산불 진행 상황에 따라 주민 대피 통보를 발령하고 대피 시설을 지정하는 등 재난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장성현 기자.
의성군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는 산불 진행 상황에 따라 주민 대피 통보를 발령하고 대피 시설을 지정하는 등 재난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장성현 기자.

25일 오후 의성군 재난안전대책본부 종합상황실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전화기 벨소리가 끊임없이 울렸고, 인력 배치를 요청하거나 긴급 재난 문자 내용을 거듭 확인하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지금 빨리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달라는 요청입니다. 안계면 자락리와 산제1리에요."

한쪽 벽면을 차지한 대형 화면에서 청주~영덕고속도로 단촌2터널 위에서 누런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비춰졌지만, 화면을 바라보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옥산면 구성1리 옥산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하겠습니다. 비안면 자락리, 산제2리 대피소는 비안만세센터죠?"

대피시설 담당 직원이 다급하게 의성초등학교 행정실로 전화를 걸어 대피 시설 사용을 요청했다.

"사용 협조 받았습니다. 쉘터 50동하고 키트, 물 등을 실어서 의성초등학교 강당으로 가져다 주세요. 임시 대피시설로 사용할 겁니다. 서둘러주세요."

이날 오후 거센 강풍을 타고 의성 산불이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주민 대피 및 구호 지원 시스템도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불길이 순식간에 곳곳으로 번지면서 주민 대피와 구호 지원이 의성군 전역에서 벌어진 탓이었다.

이날 하루 의성군에서는 실내체육관과 경로당, 마을회관, 초등학교 강당, 면사무소 등 주민 대피 시설 46곳이 가동됐다. 이틀 동안 늘어난 주민 대피시설만 12곳에 이른다.

주민 대피 시설이 가동되면 각 시설에는 급식과 침구, 텐트 등 재해구호물자가 지급된다. 각 시설 별로 머무는 대피 주민 수를 파악하고 필요한 수량을 파악한 뒤 의성군이 보급하는 방식이다. 종합자원봉사센터 등과 연계해 급식 등도 지원해야한다.

의성실내체육관 등 대피 주민 수가 많은 대피 시설의 경우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상주 직원이 있어 다양한 요구에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민 10~20명이 머무는 각 면의 경로당 등은 세심한 돌봄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옥산실내체육관에 머물던 한 주민(78)은 "끼니도 잘 주고 담요가 부족하진 않았지만 밤에 냉기 때문에 불편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밤새 대피했던 주민들이 해가 뜨면 귀가했다가 불길이 다시 살아나면 대피하는 등 하루에도 1천여명씩 대피 인원이 바뀌는 점도 자원의 적절한 배분과 활용을 어렵게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의성군 관계자는 "산불이 장기화되면서 임시 대피한 주민들의 이동까지 막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제한된 인력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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