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권한대행 무제한 탄핵 길 열어 준 헌재의 자기 부정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심판에서 앞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무제한 탄핵의 길을 튼 매우 나쁜 선례(先例)를 남겼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소추 의결 정족수는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국무위원 기준(151석)으로 하는 게 맞다고 판결했다. 재판관 8명 중 6명이 같은 의견을 냈다. 권한대행은 헌법상 예정된 기능과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지 새로 헌법적 지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자의적 해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헌재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은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소추 정족수를 '대행되는 공직자의 그것' 즉 대통령을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소추 정족수는 200석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 주석서는 헌법학자 16명이 집필에 참여했고, 헌재 내부에서 모든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그런 만큼 헌법에 관한 최고 권위의 유권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헌재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의 불법·불공정·편파로 자유낙하하고 있는 헌재의 권위를 더 추락시키는 자해(自害)나 마찬가지다. 재판관의 정치 이념의 개입이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자기 부정이라고 본다.

더 큰 문제는 과반 다수당이 권한대행, 대행의 대행, 대행의 대행의 대행까지 무제한 탄핵 소추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국무위원을) 꼬박꼬박 탄핵하겠다"고 공언한 대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물론 직무 복귀한 한 총리에 대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라며 다시 탄핵을 겁박하고 있다.

탄핵 심판을 포함한 헌법재판은 합법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사회 통합에 기여하느냐는 '합(合)목적성'도 고려해야 하는 재판이라고 한다. 헌재 결정은 이를 거슬렀다. 대행에 대해서도 단순 과반수로 탄핵 소추를 결정하면 행정부는 물론 국가 기능까지 무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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