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현장. 해가 떠오르자 소방헬기에도 시동이 걸렸다. 의성의 하늘은 헬기 소리로 가득했다. 강한 바람으로 인해 산불현장이 곳곳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다보니 소방차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소방력이 나흘째 산불을 진압하고 있지만, 의성에 들이닥친 화마는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의성에 집결한 소방관들도 나흘째 사투를 벌였다. 불길은 시시각각 새로운 곳으로 번져갔고, 소방관들은 쉬지 않고 진화 작업을 이어갔다. 오후부터 불어 닥친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불길이 번진 탓에, 진화율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특히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는 진화율이 60%, 55%, 54% 순으로 떨어지는 등 '진화율 역주행'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통제된 도로를 피해 돌아가던 취재진은 도로 한쪽에 세워진 소방차와 마주쳤다. 인근에 불길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방차를 지나며 천천히 산을 올려다보니, 능선을 따라 이어진 나지막한 불씨가 눈에 들어왔다. 산 능선을 따라 번지고 있고 있는 나지막한 불씨와, 소방 호스를 양손에 쥐고 물을 뿌리고 있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소방관들은 산속 깊이 들어가 불씨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산 아래서는 소방호스를 도랑물과 농수로에 연결해 물 공급이 끊이지 않도록 물속을 쉼 없이 젓고 있었다.
이곳에서 소방관들을 돕고 있던 한 주민은 "물을 길러 올 시간을 아끼려고 도랑물이랑 소방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고 있다고 한다"며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호스를 잡아주고 장애물을 치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시민들도 잠시 생업을 멈추고 화마와 싸우기 위해 나섰다.
이날 오후 단촌면 방하리. 마을에 들어서자 열댓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해병전우회, 소방의용대, 경북안전기동대 등 자신이 소속한 단체의 유니폼을 입고 나온 일반 시민들이었다. 이들의 손엔 진화를 위해 준비해온 물지게, 갈고리 등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묵묵히 산불 현장 속으로 들어갔고, 소방관들이 잡은 큰 불길 뒤로 남은 잔불을 정리했다.
경북안전기동대 관계자는 "산불현장이 워낙 광범위하고 곳곳에서 큰불, 작은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다보니, 일반인으로 구성된 안전기동대원 수십 명이 생업도 멈춘 채 곳곳에 퍼져서 화재 진압을 돕고 있다"고 했다.
소방헬기도 가장 가까이서 화마와 싸우고 있다. 의성종합운동장에서는 헬기가 2시간마다 교대를 해가며 이착륙을 반복했다. 현장에 출동했다가 돌아오는 헬기 몸체는 그을음과 먼지로 까맣게 뒤덮여 있었다. 헬기에서 내린 대원들의 무표정한 모습은 암담한 심정을 감추고 있는 듯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소방헬기는 민가와 가까운 화재현장 등 가장 위험한 지역을 우선으로 출동해 불을 끈다"며 "현재 의성은 강한 바람 탓에 산불영향 범위도 넓고 우선 진화가 필요한 위험지역도 시시각각 변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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