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괴물'로 변한 의성 산불, 안동·청송·영양·영덕·봉화까지 덮쳤다

전 주민 대피령…산림청 국가위기경보 '심각' 발령
강풍에 수백미터 날아가 새로운 불씨 '도깨비불' 현상 속출
청송서 60대女 소사 상태 발견…주불 잡기 3천여명 총동원
韓총리 "주민·대원 안전 최우선"

25일 남안동 IC 인근에서 바라본 안동시 일직면 야산이 불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남안동 IC 인근에서 바라본 안동시 일직면 야산이 불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고운사 입구 인근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이 전소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고운사 입구 인근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이 전소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소한 부주의로 시작된 의성 산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역대급 '괴물'로 돌변했다. 이 산불로 청송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청송 산불 현장에서 60대 여성이 소사(燒死) 상태로 발견됐으며, 경찰은 산불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성군 전 지역이 화마의 위협에 노출됐고, 안동시와 청송군 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진데 이어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과 영양, 영덕, 봉화까지 확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천년고찰이 불에 타거나 소실될 위험에 처한데다 진화대원들은 눈조차 뜨지 못할 강풍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화재 현장에서 철수했다. 일부 고속도로가 통제됐고 철도 운행까지 전면 중단됐으며, 학교 휴교도 속출 중이다.

교정당국은 이날 오후 경북북부교도소가 있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 일대까지 산불이 번지
자 버스를 이용해 수용자들을 인근 교정기관으로 이감하는 절차까지 시작했다.

의성 산불은 '도깨비불'로 불리는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키며 경북 북부권 전역으로 확산했다. 불똥이 초속 10~20m의 강풍을 타고 수백m를 날아가 새로운 불씨가 되는 식이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4시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소방청 비상 대응단계도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했다. 3단계는 전국에 가용 가능한 모든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것으로, 대형 재난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은 68%로 오전 6시 55%보다 13%포인트 높였다. 산불영향구역은 1만5천185㏊이며 총 화선 279㎞ 가운데 진화되지 않은 구간은 87㎞다.

산림·소방당국은 이날 진화헬기 77대를 비롯해 진화 인력 3천708명과 진화 차량 530대 등 가용 가능한 진화자원을 모두 동원해 주불 잡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0∼20m에 이르는 강풍이 불면서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몰 전까지 운행하던 산불 진화헬기도 강풍으로 안전 사고를 우려해 이날 오후 5시 30분에 진화 활동을 중단했다.

산불 발생 지역 인근 주민 가운데 의성군 1천552명, 안동시 1천126명 등 2천678명이 임시 주민 대피시설로 몸을 피했다.

코레일은 열기와 연기 등에 따른 2차 사고를 우려해 영주∼경주 간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한국도로공사도 중앙고속도로 예천 IC∼의성 IC와 서의성 IC∼영덕 IC 양방향 운행을 전면 통제했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국가지정문화유산 석조여래좌상과 연수전, 가운루 등을 보유하고 있는 의성 고운사가 모두 탔다.

석조여래좌상은 미리 옮겨 다행히 화마를 피했다. 불길이 바람을 타고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 등으로 번지면서 산림당국이 보호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5일 산림청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 "주민과 산불진화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임해달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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